러 비판하는 질문하자 "할례나 받아라" 푸틴, 기자에 극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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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스크바=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체첸 반군 진압에 대해 비판적 질문을 한 서방 기자에게 "할례나 하라"는 등 극언을 퍼부어 구설에 올랐다.

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11일 열린 러시아·유럽연합(EU) 정상회담 직전 기자회견에서 덴마크 기자에게서 "왜 체첸에서 지뢰를 사용하고 주민을 학살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얼굴이 벌개진 채 "당신이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그 부분(성기)을 잘라낼 것을 권고한다"고 쏘아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체첸 반군은 비(非)이슬람 교도는 무조건 죽이려들므로 당신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만일 당신이 급진적인 이슬람 교도로 개종하고 할례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 모스크바로 초대하겠다. 러시아엔 할례 전문가가 많다"며 체첸에 우호적인 질문을 한 기자를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 대변인은 "그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당연히 전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라면서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평소 범죄 집단이나 군인들이 쓰는 비속어를 자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렘린궁 간부들은 발언이 문제되자 "푸틴 대통령이 빡빡한 정상회담 일정으로 매우 피곤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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