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봉 LG전자 중국본부장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벼락처럼 폭발할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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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국은 리테일 시장이다. 그런데 사업자(유통업체)한테 물건을 팔다 보니 그걸 간과했다. 그게 문제였다.”

조중봉(56·사진) LG전자 중국지역본부장은 9일 중국 시장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 시장은 유통업체들의 힘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 세계 가전 메이커들은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중국 소비자들은 대개 유통매장에 가서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전 메이커가 유통업체에 휘둘리기 일쑤다. 부작용은 컸다. 유통업체들은 재고가 있는데도 추가로 주문을 내고,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깎곤 했다.

2008년 중국지역본부 총괄법인장으로 부임한 조 본부장은 이런 관행에 메스를 댔다. 주문이 와도 재고가 많아 보이면 사양했다. 유통업체 마음대로 가격을 깎는 일은 싸우는 한이 있어도 막았다. 판매사원 보수 시스템도 바꿨다. 유통업체 납품 실적만 보고 급여를 주던 것을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한 실적에 따라 주는 것으로 고쳤다.

효과는 컸다. 재고를 비밀에 부치던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실제 판매량을 보고 공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매출이 뛰기 시작했다. 2008년 320만 대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판매량은 2009년 650만 대로 뛰었고, 올해는 1300만 대를 예상한다.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3위다(4월 말 현재 4.6%). 양문형 냉장고는 20.4%, 드럼세탁기는 9.2%의 점유율을 올리며 선전 중이다.

조 본부장은 중국 시장 공략 전략으로 ‘최초와 최고(First and Best)’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은 보급형은 중국산을 사지만 첨단 제품은 20~30%를 더 비싸게 주더라도 외국산을 산다”면서 “경쟁사보다 먼저 최고의 품질을 내놓아야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과 관련해 “중국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벼락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중국은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나라다. 그러나 스마트폰만큼은 의외로 완만한 성장세에 머물고 있다. 조 본부장은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더디게 확산되는 지금이 선발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서울(LG전자 경영진)에 스마트폰을 안 하면 죽는다는 것과 비싸지 않은 보급형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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