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희망대로 1강2중" 반색 盧 "鄭 하락세… 곧 2위 탈환" 鄭 "연대무산등 원인" 위기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앙일보의 대선 후보 여론조사(10월 28일자) 결과는 정치권에 민감한 반응을 불렀다.'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39.4%)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39.5%)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처음 뒤진 데다 다자대결에서도 李후보에 비해 10.6%포인트의 열세를 보인 때문이다.

鄭의원 측은 겉으로는 "지지도는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며 태연해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정풍(鄭風·정몽준 지지 바람)'이 꺼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양자대결에서 李후보를 앞서는 鄭의원의 지지율이 최대 무기였던 터라 동요가 더 컸다.

이런 가운데 한 관계자는 "최근의 지지도 정체는 병풍 수사 발표나 북핵 문제 등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한 바 크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출마선언 후 추가적인 비전 제시가 부족했던 데다 박근혜 의원과의 연대가 난항을 겪고, 4자연대가 무산되면서 이미지 훼손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심각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해법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좌고우면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鄭의원 측은 창당대회(5일)를 전후한 열흘이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로 보고 특단의 대책을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李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양강 구도를 보다 확실히 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의 1강2중 전략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은 "주가조작 사건은 한나라당 배후설로 강력히 대응하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며 "창당대회 전후로 의원 영입과 정책비전 제시를 병행하면 지지도는 반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반색했다. 당초 기대대로 1강2중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신경식(辛卿植) 대선기획단장은 "李후보는 이미 5년간 각종 공세에 시달리며 검증을 받은 반면 鄭의원은 전혀 검증을 받지 않았던 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분석했다.

辛단장은 "검찰수사 결과 병역비리가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鄭·노무현(盧武鉉) 두 후보가 고만고만한 지지율로 나가는 게 우리로선 제일 좋은 구도"라고 밝혔다.

李후보 측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정풍이 너무 약화될 경우 그의 지지표가 대거 盧후보에게 몰려 '2차 노풍(盧風)'이 점화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盧후보 공격을 자제해온 한나라당은 정풍이 꺾이는 조짐이 보인 지난 주말부터 盧후보에 대한 공세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만일 鄭의원과 盧후보의 순위가 바뀔 경우 대선기획단에서 준비해뒀던 '노무현 파일'을 다시 꺼내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면서 자민련·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영입, '이회창 대세론'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盧후보·鄭의원에 대한 'DJ 양자론'공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盧후보 측은 지지율 답보에 갑갑해하면서도 鄭의원의 지지도 하락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은 "일간지 조사가 우리의 기대치와는 달랐지만 최근의 흐름은 鄭의원의 하락세, 盧후보 상승세"라며 "국회가 끝나는 11월 9일까지 2위 탈환, 李후보와의 양강구도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대위의 이해찬(李海瓚)기획본부장은 "TV토론을 통해 鄭의원의 개혁이미지가 꺼지고 당의 분란이 진정되면서 전통적 지지자, 30대 고학력자들이 다시 盧후보 지지로 서서히 선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각종 TV토론·강연을 통해 盧후보의 개혁적 이미지를 강조하며 李·鄭후보를 '제왕적 대통령''재벌 대통령'으로 몰아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최훈·김정하·김성탁 기자

choi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