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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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럴 날이 꼭 올 겁니다. 제 꿈이 그렇거든요. 그 놈을 봤어요. 한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몹시 앓을 땐 내가 직접 그 수칼매나무가 되는 꿈을 꿔요. 아주 편안한 나무가 되는 꿈을 꿔요.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김소진의 마지막 소설집, 강)

한국 문학이 잃은 두 젊은이. 시인 기형도(1989년 작고)와 소설가 김소진(97년 작고). 중앙일보 기자 기형도와는 순화동에서 함께 마신 적이 있어서 모습이 자주 눈에 밟힙니다만 김소진과는 일면식이 없습니다. 그 김소진이 꾸었답니다. 자신이 갈매나무가 되는 꿈을요. 그냥 갈매나무가 아니고, 수칼매나무로 나무를 굳이 성별(性別)까지 한 것은 뒤에 남겨둘 가족을 의식했음일까요? 젊은 친구들을 둘씩이나 잃은 뒤 시인 아닌 제가 이런 시를 썼습니다.

바쁜 심부름이었던 모양이지, '팽'하니 다녀가는 것을 보면?

이윤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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