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탄도미사일에 실을수 있게 1 t 이하 핵폭탄 제조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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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 방식을 플루토늄에서 우라늄 핵폭탄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1994년 미국과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로 플루토늄 확보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확보하기 위해 86년과 89년 전기출력 5㎿급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 실험실을 각각 영변에 건설해 가동했다. 그러나 80년대 말부터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이 미국에 포착되면서 국제적인 압력에 못이겨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했다.

기본합의 체결에 따라 당시 북한은 원자로와 방사화학 실험실 등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비롯한 핵 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했고, 이후 이런 시설은 폐쇄됐다.

또 북한이 94년 이전에 빼돌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은 핵탄두 1∼2발 정도 만들 수 있는 분량뿐이어서 이것으로는 핵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70년대부터 수십억달러를 들여 개발해 온 핵 프로그램을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우라늄 방식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국방연구원 신성택(辛成澤·핵공학 박사)부장이 지적했다.

핵폭탄의 재료인 플루토늄(Pu-239)은 원자로에서 생성시켜 재처리라는 화학처리 과정 등 복잡한 과정을 통해 추출하지만, 우라늄은 농축 시설만 갖추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 등에 매장된 우라늄 2천6백만t 가운데 실제 채굴할 수 있는 양만 4백만t이나 되고 우라늄 정련시설도 이미 갖고 있다. 북한으로선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만 있으면 90% 이상 농축 우라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90년 전후로 이미 70여회의 핵무기 기폭실험 등 플루토늄탄 설계 경험과 소련·파키스탄 등 핵 보유국에서 습득한 노하우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우라늄탄을 제작할 수 있었을 것으로 핵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탄 개발에 성공한 파키스탄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핵 기술을 얻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추측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폭탄을 스커드와 대포동 등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도록 1t 이하 크기로 정교하게 설계, 제작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90년대 중반에 2∼3t 크기의 핵폭발 장치를 만들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된 만큼 북한은 탄도미사일 탄두용 우라늄탄을 거의 개발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우라늄핵과 플루토늄핵= 핵폭탄 가운데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의 차이는 폭탄 속에 들어 있는 핵분열 재료에 있다. 우라늄탄은 우라늄-235의 비율이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 15∼25㎏으로 한발을 만들 수 있다.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廣島)에 투하한 '리틀보이'가 그것으로 포탄과 같은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어 'Gun-type'이라 부른다.

이 우라늄탄은 기폭장치가 작동하면 두 개로 쪼개진 고농축 우라늄이 합쳐지면서 핵분열이 시작돼 폭약 수천t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낸다. 플루토늄탄은 플루토늄-239를 사용하는데 우라늄보다 적은 양인 5∼8㎏으로 한발을 제조할 수 있어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다.

플루토늄탄은 둥근 형태로 제작하기 쉽고 폭발력이 크며 연쇄반응이 쉽게 일어나는 등의 이유로 미국 등 대부분 핵 보유국이 플루토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팻맨'이 플루토늄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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