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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양동마을 경사 …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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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모든 경사(慶事)에는 축하와 함께 뒷감당을 잘할 의무가 따르게 마련이다. 해인사 장경판전·종묘·조선왕릉 등 기존 9곳에 이어 10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조선시대 양반 씨족마을인 두 곳은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인류가 보존해야 할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조상들이 남겨준 보물들을 잘 지키고 가꾸는 일이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힘만으로는 벅차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하회마을은 각종 건축물·관혼상제·탈놀이에서 고서적·문서·그림에 이르기까지 마을 전체가 문화재 덩어리다. 석굴암·불국사, 경주역사지구 등 이미 2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경주는 조선 전기에 형성된 양동마을을 새로 선보임으로써 ‘경주=신라’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덤까지 누리게 됐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에는 유산의 철저한 보존·유지와 개발 제한이라는 대가가 뒤따른다. 자칫하면 교량공사를 함부로 벌였다가 지난해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당한 독일 엘베 계곡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두 마을을 세계유산의 격(格)에 걸맞은 문화관광지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주민 이익도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하회마을이 문화재 훼손을 막고 관광 편의를 꾀하는 차원에서 오는 15일부터 입장객을 하루 5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안동시내에 특급호텔이 단 한 곳도 없는 등 외국 관광객에게 소개하기조차 부끄러운 관광 인프라는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하회·양동 마을에 600년째 전해 내려오는 조선 선비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의 ‘스토리’로 재탄생시키는 등 다양하고 참신한 관광 콘텐트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을 촉구한다.

하회·양동마을 말고도 남한산성,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 창녕 우포늪, 순천 낙안읍성, 비무장지대 등 지자체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곳이 꽤 많다. 두 마을의 경사가 모범적인 세계유산 관리 사례로 이어져 다른 지자체들에도 커다란 자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