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4,900억원 계좌추적 정부 할수 있는데도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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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북 비밀지원 의혹'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계좌추적은 현행 법규로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관계기사 4면>

1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산은에서 빌린 4천9백억원이 북한으로 비밀리에 송금됐다는 의혹은 금융실명법상 ▶대출금 내역이 사라진 금융사고나 ▶산은·현대상선 간 거래 내역이 일치하지 않는 데 따른 장부외 거래 등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또 공정거래법상 근거없이 계열사를 지원한 부당 내부거래나 불공정거래 행위 등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정거래법 23, 49조 등에 따르면 부당 내부거래는 정부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히 현대그룹 같은 대규모 기업집단 조사에서 '금융거래정보에 의하지 않고서는 (계열사)지원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때'는 계좌추적을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50조는 규정하고 있다.

이헌욱 변호사는 "금융기관 등을 검사할 때 장부외 거래의 가능성이 있으면 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며 "허위공시 의혹이 있을 경우엔 검찰의 인지수사를 통해 계좌추적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직원 노조는 1일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현대상선에 대한 특별검사·감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특별검사는 곧 계좌추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법적 근거도 없는 계좌추적과 장부 공개는 안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현대에 대한 조사·계좌추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1일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과정과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산업은행에 보냈다"며 "산은이 다시 현대상선에 공문을 보내 4천9백억원의 행방을 밝히도록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이종남 감사원장은 "11월 예정이던 산은에 대한 일반 감사를 한 달 앞당겨 14일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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