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빈혈땐 위 출혈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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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몇달 전부터 만성 두통과 함께 쉽게 피곤해져 병원을 찾은 김모(51)씨. 높은 곳에 올라가면 숨이 차는 느낌이 들었고 대변이 가끔 검은색이었다.

검사 결과 김씨가 우려했던 간기능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적혈구 크기가 작아져 있었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보다 낮게 나왔다. 그는 철분결핍성 빈혈로 진단됐다.

빈혈은 여성에게 흔한 병이다. 월경·젖 먹이기·임신·다이어트·영양불균형 등으로 인해 혈액과 철분 등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그러나 남성도 안심은 금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홍기교수는 "남성 빈혈 외래환자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병원의 경우 1996년 1천2백61명이었다가 지난해엔 1천9백86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도 노인이 돼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빈혈 발생률이 여성과 비슷해진다"고 덧붙였다.

남성 환자도 자주 어지러워하고 쉬 피곤을 느낀다. 두통이 있으며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한다. 피부가 창백해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심하면 손톱이 부서지고 운동 후 호흡곤란이 오거나 맥박이 빨라진다.

여성 빈혈은 질병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 빈혈은 대개 출혈·질병 등 원인이 있으므로 반드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강서미즈메디병원 내과 박기호 과장은 "빈혈 남성에게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것이 위·십이지장의 출혈"이라며 "특히 술·담배를 즐기면서 속쓰림 증세로 고생하던 젊은 남성 샐러리맨에게 빈혈이 발견되면 만성 출혈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중년 이상의 남성에게 빈혈이 발견됐다면 위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내시경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면 대장 출혈이 빈혈의 원인일 수 있다. 치질로 인한 출혈은 젊은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빈혈이 심하면 원인 치료와 함께 철분제를 보충해야 한다. 이때 철분제는 필요한 철분량의 10배 이상이 들어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철분의 흡수율(10% 정도)이 낮기 때문이다. 철분제를 먹어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더라도 최소한 3개월간 더 복용, 철분이 고갈된 골수에까지 충분히 채워지도록 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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