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기교육감 무죄 판결과 교육현장의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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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무죄 선고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숙제를 던져줬다. 당장 일선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교원능력개발평가, 정당 가입 교사 징계 수위, 학생인권조례 등 사사건건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하고 있다. 판결을 계기로 이런 갈등 양상이 심화될까 걱정이다.

비록 1심이지만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범죄처분 통보를 받은 교육감은 해당 교사에 대해 1개월 안에 징계(懲戒) 의결을 요구하도록 한 교육공무원징계령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사건의 단초가 된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15명에 대한 징계도 김 교육감의 주장대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미뤄지게 됐다. 정당 가입 교사에 대한 김 교육감의 경징계 결정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해온 교과부의 대응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졌다. 앞으로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일탈해 정치판을 교묘히 넘나들어도 법적 처벌 외에는 제재할 뾰족한 행정적 수단이 없음을 의미한다. 교사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은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육계는 시급히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직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고 기소한 게 적절했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징계와 관련해 교육감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으로 끌고 가기 전에 교과부와 일선 교육청이 서로 협의해 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금의 혼란에 법원의 책임은 무겁다. 김 교육감 무죄 선고 이유와 관련, 재판부는 “시국선언 행위가 집단행위금지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행위인지, 아니면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기본권(특히 표현의 자유) 행사 범위 내의 행위인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판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법원에서 열린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1심 재판은 유죄와 무죄가 엇갈렸고, 1심의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뒤바뀌는 등 판결조차 뒤죽박죽이다. 대법원은 이른 시일 안에 시국선언 교사 사건을 심리해 대혼란상을 교통정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