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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수출·투자 대상국으로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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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9면

한·중 수교 이후 10년간 두 나라 경제교류의 지평은 괄목상대하게 넓어졌다.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데도 한국 경제가 그런 대로 잘 버티고 있는 이유도 중국이란 든든한 시장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중국은 우리에게 무서운 도전자이자 경쟁자의 모습으로 불쑥 다가섰다.지금 추세라면 2010년께 중국은 양적인 면에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통계

중국은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질적으로도 한단계 성숙한 경제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맞아 '차이나 쇼크''중국 위협론' 등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이 과거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음은 한·중 무역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득실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중국시장이 옆에서 계속 커지는 것은 한국 경제에 분명 행운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우리 기업들도 미래는 중국 경영에 달렸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제2의 수출·투자 대상국=수교 당시인 1992년 26억5천만달러였던 대(對)중국 수출은 2001년 1백81억9천만달러로 10년새 7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12.1%로 일본(10.0%)을 제치고 미국(20.8%)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무역흑자는 49억달러로 전체 흑자액(93억달러)의 53%다. 지난 10년간 대중 무역흑자는 모두 3백33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에 홍콩과 대만까지 합할 경우 중화권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해 미국을 능가한다. 중국은 홍콩몫까지 포함해 지난해만 한국에 1백9억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한다.

-변모

중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직접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92년까지 2억6천만달러(2백71건)에 그쳤던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누계액은 지난해 말 현재 54억6천만달러(6천54건)로 25배나 늘었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이다.

과거 투자는 의류·완구 등 중소기업형 노동집약 분야에 집중됐으나, 최근엔 대기업 중심의 기술·자본집약적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투자 지역도 산둥성과 동북3성에 편중됐던 것이 화둥·광둥성 등으로 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업종별로도 제조업 중심에서 부동산·유통·음식점 등 서비스 분야로 다양화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만수 연구위원은 "90년대 초반까지 한·중 경제 교류는 수직적 분업형태가 주류였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점차 수평적 분업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전자업종에서 보듯 같은 산업안에서의 교역과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

◇달라지는 중국 시장=중국 경제는 지난해 WTO 가입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제2의 개혁·개방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공업생산량은 전세계의 5%에 불과하지만 20년 후면 20~30%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기술력을 높이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5년까지 25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생명공학·자동차 등 12개 핵심 기술분야를 육성하기로 했다. 외자를 유치에도 기술력 높은 기업들을 우대하고 있다.

중국은 아울러 서부 대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내수확대에도 계속 힘을 쏟고 있다.

서울대 정영록 교수는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을 채택한 것과 달리 내수와 생산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미국식 모델에 가깝다"며 "중국은 거대한 내수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앞으로 20년 정도는 지금 같은 고도성장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양문수 연구위원은 "대중국 투자는 이제 다국적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내수시장을 공략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중국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상품은 세계 어느 시장도 뚫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람직한 경협의 방향=2000년 10월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의 방한 당시 한·중 두 나라는 양국 관계를 새로 설정했다. 이전의 '협력적 동반자'관계에서 '전면적인 협력'관계로 격상시킨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협력과 교류의 폭이 확대되는 만큼 마찰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근래 양국의 무역불균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97년 반덤핑 제소를 도입한 이후 이제껏 모두 21건의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는데, 이 가운데 한국산 제품이 16건이나 된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무역불균형 문제는 교역확대를 통해 점차 균형상태로 접근하자는 방향으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KOTRA는 "고급 수요층을 겨냥한 고부가가치형 특화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문수 연구위원은 "노동집약적인 소비재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한국은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중국은 완제품을 만드는 보완적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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