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2>제102화고쟁이를란제리로:41.'밑가슴'과 '윗가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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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75A.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입는 브래지어 컵의 크기다. 이 기호에서 앞에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가슴의 둘레를 ㎝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유방 아래의 가슴 둘레를 잰 수치다.

이를 '밑가슴' 둘레라고 한다.따라서 75는 유방을 비켜 잰 밑가슴 둘레가 75㎝라는 뜻이다. 국내에서 나오는 브래지어 제품은 60이 가장 작은 수치이고 5씩 커져 95까지 여덟 단계가 있다. 유방 위로 가슴 둘레를 재면 '윗가슴' 둘레라고 한다. 컵의 사이즈는 윗가슴 둘레에서 밑가슴 둘레를 뺀 수치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윗가슴과 밑가슴의 차이가 7.5㎝밖에 안되면 A컵이라고 해서 작은 사이즈에 해당한다. AA컵(5㎝)이라고 해서 더 작은 것도 있다. 그 차이가 10㎝면 B컵,12.5㎝면 C컵이다. 이런 식으로 2.5㎝씩 차이를 두고 D·E·F·G컵으로 나눈다.

국내 여성들이 입는 브래지어는 A컵과 B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비비안이 생산한 브래지어 5백만장 중 A컵이 54%를 차지해 절반을 넘었고 B컵도 30%나 됐다. 다음은 C컵으로 9% 정도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성들은 체형이 우리 여성들과 크게 다르다.

A사이즈의 경우 우리나라는 윗가슴 둘레와 밑가슴 둘레의 차이가 일반적으로 7.5㎝인데 반해 미국은 10㎝가 기본이다. 그만큼 가슴이 크다는 증거다. 또 우리 여성들의 밑가슴 둘레는 대체로 75~85㎝에 몰려 있다.

반면 미국 여성들은 그 분포가 넓은 편이다. 밑가슴은 70㎝에 불과해 가냘픈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윗가슴이 80㎝나 돼 유방이 오똑한 여성들이 많다.

밑가슴이 95㎝나 되고 윗가슴이 1백21㎝에 달하는 '글래머'도 많다. 우리 기준으로 구태여 따진다면 'I컵' 사이즈에 해당하는 셈이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주로 일본에 수출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이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는 것이다. 일본 여성들은 우리 여성들과 체형이 비슷해 보이지만 가슴에는 차이가 많다.

일본 여성들은 가슴의 볼륨이 은근히 큰 편이다. 따라서 브래지어 컵도 우리보다 보편적으로 큰 게 많이 팔린다.

우리 여성들이 입는 브래지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는 75A인 반면 일본에서는 70B가 많이 팔린다. 그만큼 일본 여성들의 유방이 오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여성들의 브래지어에서 소형에 속하는 A컵의 경우 윗가슴·밑가슴 둘레의 차이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10㎝가 기준이다. 일본 여성들의 가슴 크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일본 여성들이 좋아하는 브래지어의 스타일도 다르다. 우리 여성들은 컵이 깔끔한 '몰드' 브래지어를 선호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면 원단이나 자수 레이스로 장식한 제품을 많이 입는다. 가슴에 원래 볼륨이 있기 때문이다.

속옷을 구매하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 여성들의 절반 가량은 브래지어와 팬티를 한 세트로 사 입는다. 일본 여성들은 브래지어·사각 팬티·삼각 팬티·슬립 등 네 가지를 한 세트로 사 입는다.

일본의 여성 속옷은 품목도 다양하다. 그들은 브래지어와 슬립이 붙어 있는 '브라슬립'을 즐겨 입는다. 속옷을 사는 성향도 달라 우리 여성들은 기능성을 중시하지만 일본 여성들은 패션성을 먼저 따진다.

우리는 기능성이 맘에 들면 비싸더라도 개의치 않고 구입한다. 일본 여성들은 속옷을 패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먼저 본다. 일단 마음에 들었다하면 한꺼번에 여러 벌을 산다.

일본 여성들은 속옷을 많이 사 입는 편이다. 일본 시부야·신주쿠 번화가를 걷다보면 서너집 건너 한집이 속옷 매장일 정도다.

정리=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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