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소설가 김소진 전집 출간 토속어로 빚어낸 주변인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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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로 타계한지 5년이 되는 작가 김소진(1963~97·사진)씨의 소설 전집(문학동네·6권)이 나왔다. 김씨는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주변인과 서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1990년대 문단에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관념에 치우친 포스트 모더니즘 경향과 거리를 두면서도 편협한 리얼리즘에도 빠지지 않아 차기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이번에 나온 전집은 작가의 중·단편을 발표 시기별로 재구성해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서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게 했다. 또 마지막 권인 산문집 『그리운 동방』에는 김씨가 직접 쓴 가족사와 서평·대담·시론 등이 실려 있어 고인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장석조네 사람들』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자전거 도둑』 등 편마다 평론가 진정석·류보선·김만수·손정수씨와 소설가 성석제씨가 작품해설과 발문을 써 이해를 돕고 있다.

성석제씨는 "김소진은 정결한 사람이다. 그의 산문은 그의 심성처럼 정결하고 허튼 군더더기가 없으며 경기도 사투리처럼 아름답다. 짧은 소설은 허용이 없고 속임이 없다"며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1970년대 미아리 산동네를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 『장석조네 사람들』에는 돌산 채석장·연탄가게·고물상· 상이군인·양아치 등 당시의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주목을 받았다. 그 풍경 묘사에서 느껴지는 삶의 절실함 외에 해학적인 인물들의 질긴 생명력은 그의 소설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진보진영의 시위현장을 배회하는 '양아치'들의 존재를 드러낸 단편소설에서나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테제(긍정)도 안티테제(부정)도 아니었다"고 선언한 소설은, 세상을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만 바라보던 세태와 당시 문학의 단순성에 대한 항거였다.

김소진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우리 토속어를 재치있게 구사해 한국어의 향연을 펼쳐 냈다는 데 있다. 한겨레신문 교열부 기자를 지낸 김씨가 대학노트를 빼곡이 채워가며 우리 고유어와 토속어에 쏟은 노력과 애정은 문단에 익히 알려졌다.

95년 신문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선 그에게 찾아온 암은 순정하고 명민한 작가의 생을 앗아갔다.

이번 전집 간행에는 고인의 아내인 소설가 함정임씨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함씨는 최근 소설집 『버스, 지나가다』 등을 펴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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