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새만금 통선문 설치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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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4일 낮 전북 군산시 경장동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군산시내 버스터미널·역·마트 등 곳곳에서 새만금 방조제 통선문 설치 반대 캠페인에 벌어져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군산시 제공]

어깨에 ‘새만금 살리기 운동에 동참합시다’라고 쓰인 노란색 띠를 어깨에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서명을 권했다. 문용묵(50·회사원)씨는 “방조제를 허물면 환경논쟁이 또 불붙어 20년이나 끌어온 새만금 사업이 다시 표류할 것”이라고 말하며 서명부에 이름을 썼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다른 방법도 있을 텐데 하필이면 엄청난 돈을 들여 힘겹게 쌓은 방조제를 트겠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며 서명했다.

군산시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통선문(通船門) 설치 반대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시민들은 “방조제를 헐고 통선문을 설치하는 것은 새만금 사업의 후퇴를 의미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군산상공회의소는 12일부터 통선문 설치 반대 서명운동을 역·터미널과 대형 마트 등 시내 20여 곳에 펼치고 있다. 이달 말까지 150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무총리실·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주요 도로 변 등 80여 곳에는 ‘20년 기다려온 새만금, 방수제 조기 축조로 지켜내자’ ‘무심코 던진 통선문 설치 계획, 새만금 방조제 골병 든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 걸었다.

9일 군산대에서는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선문 반대 궐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통선문에 대해 문동신 군산시장은 “준공식을 한지 3개월 밖에 안된 방조제를 다시 허물겠다는 발상은 새만금 사업 전체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시장은 “매립토 확보 관련 사업과 무관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방조제를 허물어 해수가 유통되면 매립 기간이 늘어나 개발비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또 박양일 군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새만금 내부 매립에 필요한 토사 6억㎥를 확보한다는 핑계로 19년간 3조원 가까이 들여 완공한 방조제를 헐어내면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선문 설치는 해수 유통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해수를 유통할 경우 매립토 양이 늘어나 조성 단가가 상승, 결국 산업단지의 성공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도 “통선문 설치 안을 반대하며, 정부와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통선문 설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토해양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용역보고서에서 한 방안으로 내놓았다. 수자원공사는 새만금 내부 개발 매립토 확보 방안으로 바닷모래를 실은 바지선이 통과할 수 있도록 방조제를 헐어 통선문을 설치하거나 군산 경포천 또는 방조제 도로를 이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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