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륙의 화살' 中 푸둥:"외국인 투자 인허가 3시간이면 내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중국 상하이(上海)시 푸둥(浦東)신취(新區·경제특구)한복판에 있는 허름한 건물. 푸둥 경제특구의 외자유치를 총괄하는 경제무역국이다.

웨이창밍(衛昌明)투자유치 담당 부국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투자의향이 있는 외국기업이 이 건물 안에 들어서면 3시간 안에 모든 허가절차를 끝낼 수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투자에 관한 모든 문제를 발로 뛰어 해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한국 기업인은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막대한 인센티브가 돌아가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기를 쓰고 뛴다"며 "기업유치 담당 공무원이 자신이 맡은 기업의 빠른 인·허가를 위해 다른 부서의 공무원에게 뇌물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한다.

1990년 중국 국무원이 경제특구로 지정한 이래 매년 20%의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푸둥은 이제 세계를 향한 중국 경제의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대륙 연안의 화둥(華東)경제권을 활로, 6천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강(양쯔강)을 화살로 삼아 태평양을 향해 쏘는 중국의 21세기 전략에서 푸둥은 바로 화살촉인 셈이다.

푸둥을 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의 야심은 과하다싶을 정도의 고층빌딩군에서 엿볼 수 있다.

높이 4백21m의 진마오(金茂)빌딩을 비롯,현재 푸둥에는 30층 이상의 고층빌딩만 4백여개(공사 중인 빌딩 포함)에 달한다. 진마오 빌딩 근처에는 높이 4백66m짜리 세계 최고층 빌딩인 환추(環球)금융센터가 2005년 완공을 목표로 올라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많다. 숲을 이루고 있는 고층빌딩은 공실률이 40%에 달한다. 푸둥의 관리들은 "숲이 들어서면 새가 날아온다"며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면 외국기업은 저절로 들어온다고 장담한다.

이런 점에서 푸둥은 지금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결단과 노력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푸둥 구상은 84년 상하이시가 국무원에 '상하이 경제발전전략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태동했다. 이후 88년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였던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상하이 시장이었던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주도로 푸둥은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2001년 1월까지 푸둥은 11년간 67개국으로부터 6천7백여건 3백50억달러를 유치했다. GM·IBM·지멘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제조업 거점을 동남아에서 푸둥으로 옮겼으며,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도 40개나 된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지위를 야금야금 뺏고 있는 것이다.

각종 유인책과 인프라도 만만치 않다. 푸둥 내 법인세율은 다른 지역의 절반(15%)이고 그나마 첫 진출 5년간은 감면해 준다. 루자쭈이(陸家嘴)금융무역구·진차오(金橋)수출가공구·와이가오차오(外高橋)보세구·창장 하이테크구 등 4개의 국가급 개발구 외에도 푸둥 신취내 1백여개나 되는 시·현 급 개발구는 저마다의 유인책과 특색을 내걸며 기업유치에 혈안이다. 상하이 시내에는 25개의 외국인 학교가 있고 일반학교에도 국제반이 편성돼 있다.

오는 10월 국제선 전용공항으로 출범하는 푸둥 신공항은 내년 자기부상열차가 개통되면 시내까지 7분 거리로 가까워진다. 상하이 항만도 52개 대형선박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 항만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그러나 푸둥의 기업환경은 낮은 수준의 경제자유도와 불투명한 상거래 관행 등이 홍콩·싱가포르·서울 등에 비해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사회문화적 인프라인 언어와 질서도 취약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소비시장과 무궁무진한 노동시장은 푸둥이 이같은 단점을 덮고 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상하이 푸둥=김종수·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