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회계 직접감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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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엔론·월드컴·제록스 등 미국 대기업들의 회계부정 스캔들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와 의회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일 국제금융의 본거지인 뉴욕 월가(街)를 방문, 기업회계 개혁안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하원에서는 8일 월드컴 청문회가 열려 사상 최대 회계 부정의 진상에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 상원은 이달 말까지 강도높은 회계개혁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혁안의 초점은 ▶정부의 회계법인 직접 감독▶경영진의 책임 강화▶투자자 보호 강화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칼 빼든 부시=9일 부시 대통령은 월가 연설을 통해 회계부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안팎으로 천명한다. 부시는 개인적으로도 회계부정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보여줘야 할 처지다.

10여년 전 기업 이사로 재직할 당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회계업체로부터 12만7천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계부정을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는 구속 등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단호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 이번 연설에서 부시는 이를 재확인하는 한편 지난 3월 제시했던 ▶허위공시를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보너스 반납▶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 제한 등 회계 개혁 10개항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감시기구 신설=폴 사바네스 금융위원장(민주당)이 제출한 상원의 개혁법안은 하원의 법안에 비해 강도가 훨씬 높다. 미국은 그동안 회계법인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한 간접 규제만 해왔을 뿐 직접규제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회계 스캔들로 전체 미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어 강도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의회의 일치된 판단이다. 이에 따라 상원은 정부 기구로 회계감독위원회를 설치, 회계법인을 규제하고 감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회계법인이 기업에 대한 회계업무와 컨설팅 업무를 겸하지 못하도록 하고, 잘못된 기업회계 보고서에 대해서는 CEO가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미 상공회의소는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원 청문회 파란 예상=하원 금융위원회는 8일 월드컴의 전·현직 CEO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개최한다. 월드컴의 회계부정 규모가 38억달러로 사상 최대여서 이번 청문회는 기업회계 전반에 걸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상원 회계개혁 법안 주요 내용

▶정부기구로 회계감독위 신설

▶회계법인의 회계 및 컨설팅 동시 수주 제한

▶경영진이 근무했던 회계법인과 계약 금지

▶회계법인은 기업 감사위원회에서 선정

▶실적보고서 경영진 책임강화

▶SEC 예산 확대

▶회계부정 경영진에 형사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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