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못 볼 옛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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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11면

가훈 액자와 할머니의 초상화가 눈에 띕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가훈 액자는 1980년대에 군청에서 돌렸다고 하니 족히 30년은 저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시간의 흔적을 두르고 있는 옛집입니다. 가끔 지나가다 들러 안부인사 나누고 막걸리도 한 잔 얻어먹는 ‘방앗간’ 같은 집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오늘은 서울 사는 딸과 낯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장마 끝나면 이 집 헐고 2층 집으로 다시 지어요. 혹시 사진 찍으시려면 지금 찍으세요.” “아 그래요.” 적이 놀란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데 동네에 사는 사촌동생이 툇마루에 자리합니다.
“누나! 한 잔 먹자.” “이제 아침상 치웠는데 술상 차리라고?” “비도 오는데 한 잔 하지 뭐. 자형도 이리와.”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눈치를 살피던 자형은 나를 보더니 “선생님도 한 잔 하세요” 합니다. 서울 누나는 뭐라, 뭐라 구박을 하면서도 두부 데치고, 김치 볶아서 안주를 냅니다. “조금만 마셔!” “알았어.” 서울 누나의 마음이 짠하게 들립니다. 사람 사는 정이 곳곳에서 흐르는 옛집이 곧 헐린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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