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 '견학'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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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에 있는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 지난 24일 서울의 한 교사 친목모임은 이 회사에서 하루 40만 마리의 닭을 처리하는 가공 라인을 구경했다. 견학 교사 모두가 닭 가공 규모에 놀라는 눈치였다. 이 회사는 6년째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견학단에는 서울~익산 왕복 교통편은 물론 점심 식사도 제공한다.

하림처럼 소비자들을 초청해 공장을 둘러보게 하는 식품업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올해 불량 만두 파동 등으로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위생시설을 갖춘 생산 라인을 소비자에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다. 하림은 지난해 5월 공장에 큰 불이 나 공장이 전소됐고 당시 900억원 정도 피해를 봤다. 또 올해 초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닭 소비가 줄어들어 경영난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주민을 공장으로 초청하는 등 기업 이미지 개선에 힘썼다. 김 과장은 "하림은 가공 닭고기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80%가 넘는다"며 "이는 공장 견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비자와 꾸준히 접촉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제품을 만들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 두산의 종가집 김치는 횡성.거창 공장 방문객에게 직접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햄스빌의 식품연구소에 가면 요리 교실에서 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햄스빌 관계자는 "햄을 만드는 공정이 불결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투어 프로그램과 요리 등을 통해 소비자 인식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최첨단 견학 프로그램도 있다. 겨울 동안 공장 견학을 잠시 중단한 풀무원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의 김치박물관에서 대구 김치박물관을 원격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대구의 생산 공정을 실시간으로 구경한다. 또 공장 담당자와 인터넷을 통해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전과정이 무인화된 천안 신공장을 개방한 남양유업의 관계자는 "천안공장은 국내 소비자는 물론 외국의 주요인사 방문 코스로도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농심.OB맥주.한국야쿠르트 등도 무료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절기(12월~1월)에는 견학을 중단한다. 롯데제과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공장 견학을 하고 있는데, 석달치가 밀릴 정도로 인기다. 회사에 따라 두달전에 신청을 받는 곳도 있어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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