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라르손 '저승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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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했다.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기에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불꽃이 튀었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스웨덴의 힘에 나이지리아는 현란한 개인기에 의한 중앙돌파로 맞섰다. 양 팀 모두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빠른 역습을 펼치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여, 관중은 잠시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관중은 헨리크 라르손(스웨덴)의 전광석화 같은 왼쪽 측면공격에 환호했고,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수 두세명을 간단히 제쳐내는 제이제이 오코차(나이지리아)의 개인기에 박수를 보냈다.

기선은 나이지리아가 제압했다. 전반 27분 조지프 요보의 왼쪽 센터링을 약관의 막내 공격수 줄리어스 아가호와가 동물적인 순발력으로 수비수 사이로 솟구쳐 오르며 헤딩슛, 골네트를 흔들었다.

스웨덴 골키퍼 망누스 헤드만이 뛰쳐나왔지만 아가호와의 머리가 먼저였다. 아가호와는 체조선수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일곱 차례 공중제비 골 세리머니로 관중을 즐겁게 했다.

스웨덴은 곧장 반격에 들어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35분 프레드리크 융베리가 미드필드에서 자로 잰듯 찔러준 전진패스를 라르손이 잡아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차분하게 오른발 땅볼로 차넣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스웨덴은 후반 17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나이지리아 문전에서 융베리의 발을 맞고 튄 공이 라르손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골키퍼와 마주 선 결정적인 찬스. 나이지리아 수비수 이페아니 우데제가 급한 김에 손으로 잡아 넘어뜨렸다. 라르손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강하게 왼쪽으로 차넣어 역전골을 뽑았다.

라르손은 두 골을 기록하며, 뒤늦게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웨덴은 이후 안데르손·스벤손 등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는 등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비의 핵 파트리크 안데르손이 결장했지만 스웨덴 수비수들은 유연함과 스피드를 자랑하는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을 육탄으로 방어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나이지리아는 후반 누앙쿼 카누와 피우스 이케디아를 투입, 공격을 강화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스웨덴의 탄탄한 포백수비를 뚫지 못했다.

후반 37분 요보가 아크 정면에서 강하게 찬 슛이 골포스트 왼쪽을 맞고 튕겨나간 것은 실낱 같던 나이지리아의 16강 가능성이 날아가 버리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고베=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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