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막힌 피 돌도록 새 틀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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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수도권 8곳을 포함한 일부 지역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이겠다는 시도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이나 주택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 정도의 온기로는 꽁꽁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기에 역부족이란 얘기다. 또 시장의 흐름은 피돌기처럼 전체적으로 순환이 돼야 하는데 이곳저곳을 묶어둔 채 몇 군데만 푼다고 피가 흐르겠느냐는 논리다. 이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도입이 연내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니 무얼 믿고 시장이 움직이겠느냐는 반응이다.

주택거래 등 부동산 시장이 이같이 얼어붙은 것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쏟아낸 긴급대책 때문이다. 그 결과 집값 안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주택거래의 실종으로 많은 사람이 주거 이전과 관련해 불편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세 건설업자가 운영하던 임대아파트가 대거 부도가 나고,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대량으로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등 서민 주거 안정이 거꾸로 위협받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으려던 대책들이 오히려 서민부터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집값이 오른 원인을 일부 투기세력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 대증적인 규제 대책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에서 2003년에 걸쳐 집값이 크게 오른 근본 원인은 외환위기 전후로 주택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 본다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든 올해의 주택공급 물량이 2~3년 뒤 다시 집값 급등을 불러오는 주택수급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택시장을 제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급작스럽게 도입했던 대책들을 찔끔찔끔 풀어나갈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주택정책의 새 틀 짜기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대증요법을 버리고 수급원리에 따른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이루면서 주택시장도 원활히 움직이게 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