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연암문고 이전 개관 외국서 기록한 'Korea' 4만여점 문헌 빛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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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외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관련 고서 및 문헌을 수집·연구하는 국내의 독보적 기관인 명지대 LG-연암문고(이사장 유영구)가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으로 이전, 개관했다.

외국에서 제작된 한국 지도·삽화·도서·필름 등 4만여점을 확보하고 있는 이 문고가 서울 서초동에서 5년간의 분류 작업을 끝내고 지난달 말 이전과 함께 본격 개관함으로써 방대한 자료들이 연구자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LG의 지원을 받아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 이 문고는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기록한 문헌 및 문건을 수집한 특수 문고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어왔다. 15개 국가에서 수집한 한국 관계 동서양 서적 약 1만여점, 2천5백여점에 이르는 한국관계 러시아 롤 필름, 외국인이나 사신에 대한 국내의 기록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다 동주(東洲) 이용희 선생이 기증한 동주문고 2만8천여점도 보관하고 있다. 장 보댕의 『국가론』 초판본(1583년) 등 언어·역사·철학·세계사 등의 세계적 희귀본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올 3월 명지대 기록학대학원 교수로 초빙한 유홍준 교수의 미술사 관련 자료 수졸당(守拙堂)문고를 더하면 그 숫자가 더 늘어난다.

보관하고 있는 서적 중에는 세계적인 희귀본도 적지 않다. 은자의 나라 조선을 서양에 최초로 알리는 계기가 된 『하멜표류기』의 1668년 네덜란드판에 이어 독일어(1672년)·영어(1704년)·프랑스어(1715년)·덴마크어(1754년) 초판본을 보유하고 있다. 1874년 간행된 『달레 교회사』는 파리외방전교회 샤를 달레 신부가 출판한 한국 천주교에 관한 가장 훌륭한 저술로 꼽힌다. 임란 당시 일본 정계와 임란 상황을 이탈리아어로 상세히 기술한 『감바쿠도노(풍신수길의 조카)의 죽음』도 16세기 한국 관련 중요 자료로 꼽힌다.

LG-연암문고는 이전을 계기로 수집단계를 넘어 목록을 영문화·한글화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고문헌 목록을 취합해 누구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것이 완료될 경우 연구자는 이 문고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수집한 자료를 교육·연구와 통합하는 체제를 마련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자료의 의미를 정확히 연구·해석함으로써 그 실제적인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제한국학연구소(소장 유홍준)를 지난해 설립했다. 이미 2000년에 국내 최초로 설립된 기록과학대학원(원장 박희종)은 공공기관·기업·대학에서 필요한 기록관리 전문요원, 박물관 및 문화재 관리 분야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특수 자료를 수집·연구하는 이 문고의 가장 큰 특징은 소프트웨어, 즉 연구인력에 있다. 유홍준(미술사)·박태근(한·중교류사)·김차규(서양사)·한진건(한국문화)·김윤구(철학)·김익한(기록관리학)·최경국(일문학)교수 등 풍부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이 문고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하드웨어는 외국을 흉내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진정으로 문화생산이 가능하다"며 "다른 박물관이나 문고와 달리 풍부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 문고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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