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낸 벤처 활성화 카드] 활성화 대책 배경·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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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뛰는 데 약 9.5년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800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해는 1만2000달러에 그쳤다.

이 기간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5%였고, 선진국은 평균 3.3%였다. 오히려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그 이유를 산업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산업체제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얘기다. 당장 내년에 경제성장률 5% 달성과 40만개 일자리 창출도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기존의 산업정책으로는 고용창출과 성장산업 발굴에 한계가 있어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벤처기업도 위축되기는 했지만 벤처기업의 고용창출 능력과 경영성과는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업체별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중소기업은 5.4%, 대기업은 6.6%에 불과했으나 벤처기업은 25.3%나 됐다. 벤처기업의 평균 정규직 종업원 수도 2002년에는 36.2명이었으나 지난해는 39.1명으로 늘었다.

특히 내년에 수출 신장세가 둔화하고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동력원으로 '벤처기업'이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에는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쉽게 진입하도록 하되 부실 벤처기업은 빨리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과거에 실패한 적이 있는 벤처경영인들 중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다시 기업을 꾸려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들의 경험을 되살려 새로운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 보자는 뜻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과거 정부주도 방식과 유사해 자칫하면 거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모태펀드 설립, 기술신용보증기금의 10조원 규모 보증지원(2005~2007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펀드조성 등의 방식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미흡하다. 정부는 개인이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 금액(15%)을 소득공제해 주고 코스닥시장에서 보유 주식을 매각할 때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소액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는 과거의 부정과 부패를 떠올리며 벤처기업을 신뢰하지 않아 코스닥시장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

벤처 패자부활제도의 운영방식도 문제다. 정직한 경영자인지를 판단하는 도덕성 검증을 벤처 경영인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벤처기업협회가 하도록 해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정부가 이해관계가 있는 이익단체를 통해 재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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