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국회 도서관 에서 열린 이성헌 의원 출판 기념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상수·서병수 의원 등은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아 국정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박근혜 총리론’을 거론했다. [뉴시스]
6·2 지방선거 패배 후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박근혜 총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친이·친박 가릴 것 없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인사들이 화합 카드로 박근혜 총리론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안상수 전 원내대표는 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진정한 화해가 이뤄져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맡아 국정 경험을 쌓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이계 중진인 안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되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두 분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 두 사람이 정권 재창출이란 공동 목표를 갖고 있어 화해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박 전 대표 측이 ‘진정한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당장 이뤄지기 힘들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로 출사표를 던진 서병수 의원도 이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박 전 대표가 총리 역할을 맡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대가 끝난 뒤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가세했다. 서 의원은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문제가 종결됐기 때문에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대 주자들의 이런 바람과 달리 박근혜 총리론은 2년 전처럼 현실화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년 전엔 구체적으로 제안한 사람도, 제의받았다는 사람도 없었지만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렇다 보니 박 전 대표 측은 “애드벌룬만 띄운다”며 의심했고,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측은 거리감만 확인했다.
이번의 경우 친이·친박계 중진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총리 지명, 그리고 수락의 당사자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어 상황이 2년 전과 비슷하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대체 언제 적부터 나온 총리설이냐, 대답할 필요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당 화합 차원에서 나오는 얘기로 본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차기 당 대표 예비후보 13명의 첫 합동 정견발표회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후보들이 정견 발표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훈·김성식·한선교·남경필·조전혁·홍준표·서병수·주성영·정두언·안상수 의원,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정미경 의원. 이성헌 의원은 자신의 출판기념회 행사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형수 기자]
후보들은 지방선거 패배를 언급하며 쇄신과 화합을 주장했다. 친이계는 정권을 창출한 주류로서의 책임론을, 친박계는 진정한 당 화합론을, 중도·소장파 후보는 계파를 배제한 당 통합론을 각각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4일 후보 등록에 이어 5일부터 열흘간 전국 5개 권역별로 대의원을 상대로 한 비전 발표회, TV토론 등을 벌여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5명(여성 몫 1명)을 선출한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