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여왕 정은순의 장내 해설 들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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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프로농구 장내 해설자로 나서는 정은순씨가 23일 해설 연습을 하고 있다.김춘식 기자

"다시 뛰진 못하지만 마이크를 통해서라도 팬들의 기억 속에 계속 남고 싶어요."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이벤트사 사무실. 박찬숙을 잇는 1990년대 한국여자농구 정통센터 출신 정은순(33)씨가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28일 개막하는 2005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의 장내 해설자가 된 그다.

장내 아나운서는 있었지만 해설자는 국내 처음. 말 한마디로 선수나 감독에게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서 농구 관계자들은 "이번 겨울 코트엔 정은순의 수다가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가급적 좋은 얘기만 하려고 해요. 하지만 너무 얽매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연맹에서도 솔직한 모습을 요구했어요."

그는 선수 소개에서부터 경기 흐름, 작전 설명에 이르기까지 관중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풀어주려고 작정했다. "관중과 현장에 함께 있으니 TV 해설보다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해야겠죠." 그래서 데뷔를 닷새 앞둔 이날부터 실제상황을 상상하며 열심히 연습했다. 파트너가 될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29)씨가 옆에서 코치를 한다.

28일 개막전은 마침 2년 전까지 소속팀이었던 삼성생명과 금호생명의 대결(장충체육관)이다. 그는 "그날 꼭 하고 싶은 멘트가 있다"며 웃었다. "내가 다시 운동하겠다고 했을 때 허락하는 것이 나았을 거예요"다. 2002년 겨울리그를 끝으로 임신과 함께 코트를 떠났다가 이듬에 복귀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때의 섭섭한 감정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나 보다. 그는 98년 3월 세 살 위인 회사원 장재호씨와 결혼해 지금 24개월 된 딸(나연)을 둔 엄마다.

'장내 해설' 아이디어는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에게서 나왔다. 왕년의 스타가 해설자로 나서면 관중의 이해도 돕고 인기몰이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제안했다. 대상자 물색에 나선 연맹은 아테네 올림픽 기간 중 SBS 여자농구 해설위원으로 나와 서툴지만 현장감 있는 해설로 화제를 모은 정씨를 택했다.

최준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kimcs96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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