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도 韓流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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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지난달 26일 '레드문(紅月) 한·중 국가대항전'이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의 프렌드십호텔 2층.

대회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의 게이머 20명이 PC모니터 앞에서 마우스와 키보드로 게임 캐릭터들을 현란하게 조종할 때마다 객석에선 환호와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레드문은 만화가 황미나씨의 SF팬터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온라인게임. 이날 대회는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레드문을 홍보하기 위해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중국 게임서비스업체 아시아게임이 공동 주최한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경기 시작 전부터 3백여석의 객석이 가득 메워진 것은 물론 CCTV·베이징TV 등 현지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날 대회의 우승자는 당초 예상을 깨고 광저우 출신의 대학생 주자오빈(19)이 차지했다.레드문 게임 종주국으로서 당연히 1등을 기대했던 한국 대표단 입장에선 이변이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한류(韓流)바람이 거세다. 레드문의 경우 현재 동시접속자수 3만9천여명, 회원수는 2백50만명에 달한다. 서비스 규모에서 중국 내 3위. 통상 온라인게임은 동시접속자수가 1만명만 돼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국 내 성공작은 이뿐만이 아니다.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2'는 중국 내 동시 접속자수가 30만명을 넘는다.중국내 1위.이 회사 박관호 사장은 "이 게임 하나로 중국에서 받는 로열티만도 한달에 7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액토즈소프트의 '천년'도 동시접속자수가 5만명을 웃돌며 2위에 랭크돼 있다.국내 온라인게임 세개가 중국에서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약 70%.중국에서 서비스되는 20여개의 온라인게임 중 게임 종류로는 30% 남짓이 한국산이지만,높은 인기 때문에 회원수가 많아 시장점유율은 높다.

◇"한국 게임이 재미있다"=한국 온라인게임 세개를 서비스하고 있는 아시아게임의 첸리 부사장은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그래픽 등 기술력이 뛰어난 데다 스토리가 흥미로워 다른 나라의 게임들을 압도한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문화적 배경이 비숫하다는 점이 중국인에게 크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예컨대 '미르의 전설2'나 '천년'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무협게임.레드문도 무협과 팬터지를 뒤섞어놓은 작품이다.

중국 내 온라인게임 인프라가 크게 개선된 점도 한국 온라인게임의 현지 진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는 4천만명. 올해말에는 5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게임을 주로 하는 PC방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점도 주목된다. 베이징 중심가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료이(34)사장은 "1년 새 베이징에 PC방이 3천개가 늘어나 현재 1만개에 이른다"며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온라인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진출 러시=중국 시장이 뜨면서 다른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중국 홈페이지를 지난 3월 개설했다.엔씨소프트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중국에서 시범서비스를 제공한 후 연말께 유료화할 계획이다.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도 중국 차이나텔레콤의 자회사 GDCN과 온라인게임 서비스 및 콘텐츠 제공에 관한 계약을 하고, 온라인 폭탄 서바이벌게임 '쉐이크'를 이달 중 시범서비스한다. 위즈게이트 역시 중국의 아시아스타컴퓨터소프트웨어사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중순부터 SF게임 '드로이얀온라인'을 시범서비스할 예정이다.

베이징=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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