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만날때 홍걸씨 대동 민원처리·이권청탁 등 암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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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단순히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의 말과는 달리 崔씨가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와 함께 기업인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기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崔씨는 이런 자리에서 홍걸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민원처리·이권청탁 등을 암시하는 말들을 흘렸다는 것이 기업체 관계자들의 말이어서 崔씨의 단순한 호가호위(狐假虎威)성 행적인지 아니면 홍걸씨와도 관계가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 崔씨를 만나 알게된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17일 "지난해 8~9월께 崔씨와의 약속 장소에 가보니 홍걸씨가 있었다"면서 "崔씨가 홍걸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홍걸씨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친분이 많다'고 귀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화 중 몇몇 대목에선 이들이 만나고 다닌 사람들이 나뿐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체 관계자는 "홍걸씨는 주로 얘기를 듣는 입장이었고 대화는 崔씨가 이끌었다"고 말해 崔씨가 홍걸씨를 자신의 영향력 과시용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崔씨의 주변에선 지난해 崔씨가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이희호(姬鎬)여사가 모 수석에게 말해놨으니 홍걸이를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며 자랑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崔씨는 홍걸씨의 동서 黃모씨와도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崔씨는 黃씨와 함께 중소 건설업체 I사를 찾아가 '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하도록 알선해 주겠다'면서 리베이트 2억~3억원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崔씨와 黃씨 두 사람이 사업알선 대가를 선불로 달라는 비상식적 요구를 해 이 업체 대표가 난감해 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I사 대표 金모씨는 "지난해 5~6월께 두 사람이 두세차례에 걸쳐 따로따로 찾아왔으나 이권사업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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