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代案영화 환상의 파노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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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26일 개막하는 2002 전주국제영화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영화를 보기 위해 기차를 타는 수고를 무릅쓸 만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 중 유일하게 대안적 성격을 표방하는 전주영화제는 일찌감치 '디지털'을 자신의 색깔로 택했고, 세번째를 맞는 올해에는 작품 선정에 더욱 내실을 기했다는 인상이다.

'호텔''도쿄X…'등 돋보여

경쟁 부문 '디지털의 개입'에는 '라스베거스를 떠나며'의 감독 마이크 피기스의 신작 '호텔'을 비롯해 일본 로망 포르노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제제 다카히사의 '도쿄 X 에로티카', 청춘스타 출신 감독 에선 호크의 '첼시 호텔' 등이 포진하고 있다. '비포 선라이즈'로 알려진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도 지난해 미국 개봉 뒤 소문이 퍼져 매진이 예상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비경쟁 부문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을 모은 '현재의 영화'도 놓치기 아깝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남미 영화에 대한 조명도 이뤄진다. 1970년대 일어났던 '시네마 노보'운동 이후 거의 묻혀 있다 최근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남미 영화를 여섯편 초청했다. '삼인조 택시 강도'(칠레), '거리의 아이들'(멕시코) 등이 즐길 만한 작품이다.

DJ납치 다룬 'KT'개막작

가장 아쉬운 것은 한국 영화다. 개막작으로 '김대중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KT'가 상영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간판'이 없다. 'KT'도 올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이미 공개된 영화다. '공공의 적''정글 쥬스' 등 극장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를 굳이 영화제에서 보여주는 것은 왜일까. 제작사들이 신작을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을 꺼린 탓이다.

"항상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영화제"라는 조직위의 설명처럼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9·11 테러를 염두에 둔 '전쟁과 평화'로 정했다. 한국영화 회고전과 특별 상영전 '전쟁과 평화'를 제외하고는 주제를 특정하게 반영한 기획은 없다. 영화제는 5월 2일까지 열리며, 예매 등 자세한 내용은 www.jiff.or.kr를 참조하면 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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