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국립음악원 출신 레이 정 첫 음반 한국적 뉴에이지 '물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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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최근 뉴에이지 시장에 한국(계) 뮤지션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어 머지 않아 이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프랑스 국립음악원 출신의 뮤지션 레이 정(본명 정구영)이 이번주에 내놓는 첫 연주 앨범 '메모리 오브 더 데이'는 주목할 만 하다.

1970년생인 레이 정은 89년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음악원에 입학해 지휘를 전공했다. 93년 졸업 후 귀국해 군 복무를 마쳤으며 이후 대형 CF 음악을 주로 만들어왔다. "'메모리…'는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구상한 앨범입니다. 이제야 세상에 선보이게 됐네요. 제작은 약 1년 걸렸습니다."

'메모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음반이 뉴에이지의 기본 문법에 충실하고 작곡·편곡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솜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무언가 한국적인 뉴에이지를 구현하려'노력한 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노력이 어설픈 시도에 그치지 않고 안정감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정읍사' 등 열 곡이 들어 있다.

작곡·편곡·프로듀싱을 모두 직접하고 피아노를 비롯한 대부분의 악기도 연주한 레이 정은 전문 연주자의 힘을 빌려 대금·소금·해금·세피리 등 국악기를 음악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세피리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앨범은 기존 한국 뉴에이지 음반과 전혀 다른 색을 얻고 있는데 레이 정은 "뉴에이지 음악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국적 정체성을 잃지 않을까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다. 무엇보다 믹싱에서 보다 많은 기술적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음반에는 뮤지컬 가수 김지현씨가 참여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3대 명성황후로 활약했고 지난 겨울 조용필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 무대에 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녀는 타이틀곡 '메모리…'등 두곡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최재희기자

뉴에이지 음악은 한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장르다. 가요나 팝처럼 단시간에 수십만장이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오랫동안 두고두고 팔리는 이른바 스테디 셀러가 많은 게 특징이다. 그런데 이미 수년 전부터 가요가 시장 점유율에서 팝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뉴에이지는 외국계 뮤지션들이 석권하고 있다. 조지 윈스턴으로 대표되는 미국계 아티스트, 야니로 상징되는 유럽계 뮤지션, 유키 구라모토로 대표되는 일본계 연주자들의 앨범은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국 뮤지션들의 앨범 가운데 큰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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