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축전때 이산상봉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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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측이 남측 이산가족들의 평양 아리랑 축전 참관과 재북(在北)가족 상봉을 연계시키는 방안에 합의함으로써 어떤 형태로 이뤄지게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수천명 규모의 방북단은 분단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그동안 각각 1백명 규모로 제한해 시범적인 서울·평양 교환단 방문에 머물던 이산가족 문제가 본격적인 해결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면회소 개설 등 이산가족 문제해결의 제도화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아리랑 축전 참관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고민해오던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와 이를 연계시킴으로써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는 그동안 방북 이산가족들이 북한 가족에 제공할 수 있던 금품 가이드라인(5백달러 수준)을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제3국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80만원)도 검토되고 있어 적은 비용으로 북한의 가족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방북단은 정부의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나 이북5도위원회 등 이산가족 관련 기관을 통해 선정된 뒤 북한을 방문해 먼저 아리랑 축전을 참관하게 된다.

이후 고려호텔이나 인민문화궁전 등 북측이 지정한 장소에서 미리 생사·주소 확인 절차를 밟아 선정된 북측 가족과 만나는 것.

교통편으로는 일단 남북 직항로가 유력하지만 판문점 개방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문제는 남북 적십자 회담이나 아리랑 축전 관련 실무 협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아리랑 축전이란=4월 29일부터 두달간 평양 능라도 5월 1일 경기장에서 10만명의 북한 주민·학생이 동원돼 열리는 종합예술 공연.

당초 김일성(金日成·1994년 7월 사망)주석의 90회 생일행사로 준비됐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정치색을 상당히 뺀 공연으로 만들어졌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8시부터 치러진다.

50회 공연을 목표로 회당 4천명을 기준으로 2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게 북측 목표. 관람료는 1백~3백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이미 아리랑 축전 참관자를 대상으로 한 관광지역으로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와 평양지하철·조선예술영화 촬영소 등 평양시내 27개 장소와 남포·판문점·묘향산 등 세 곳을 선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주체사상탑 전망대와 대동강유람선 '평양 1호'의 영업시간을 밤 12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네온사인도 가동한다. 공연장소인 능라도 5월 1일 경기장과 창광거리 등에는 '야외매대'를 설치,손님들이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북한은 "아리랑 축전을 못보면 누구나 일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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