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면 주요 신문 국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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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노무현(盧武鉉)후보가 지난해 8월 "대통령이 되면 메이저(주요)신문사를 국유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인제(李仁濟)후보측 김윤수(金允秀)특보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盧후보는 지난해 8월 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5개 신문·방송사 기자들과 만나 '나라의 발전과 국민 통합, 강력한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메이저 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5면>

金특보는 "기자들이 무슨 방법으로 국유화할 것이냐고 묻자 盧후보가 '한국은행 국채발행을 통해 (언론사 주식을)매입하면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盧후보는 이 자리에서 "언론사 사주들의 주식보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동아일보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김병관(金炳琯)회장(당시 명예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거부할 경우 폐간시키겠다"고 말했다고 金특보는 밝혔다.

김윤수 특보는 "언론사 국유화나 사주 퇴진 또는 폐간 등의 발언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발언"이라며 "당시 盧후보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두고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정권을 잡았을 때 언론에 재갈을 물려 정권 뜻대로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盧후보는 "언론사를 국유화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盧후보측 유종필(柳鍾珌)특보도 "李후보측에서 제기한 내용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며 "조작이고 허구"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저녁 식사자리에 참석한 기자 중 일부는 "盧고문이 폐간·국유화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으나 그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金특보는 또 "盧후보가 지난해 12월 당 출입 언론사 팀장들과의 송년회 때 '지금까지 다섯번 선거를 했는데 전부 법정 선거비용의 두배 정도 썼다. 2000년 총선 때는 한도 원도 없이 돈을 썼는데도 안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16대 총선자금 규모와 자금출처를 밝혀라"고 요구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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