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골잡이 이길용 "샤샤 득점왕 꿈 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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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축구 아디다스컵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샤샤(성남 일화)가 부천 SK를 상대로 다섯골을 몰아칠 때만 해도 올시즌 득점왕 레이스는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울산 현대의 골잡이 이길용이 세 경기 만에 '야금야금' 샤샤의 기록에 접근했다.

지난 17일 홈 개막전에서 안양 LG를 맞아 두골을 뽑아낸 이길용은 20일 전남 드래곤스전에서는 한걸음 쉬더니 24일 부산 아이콘스전에서 후반 15분 팀에 결승골을 선사했다.

까마득해 보이던 샤샤와의 차이도 두골까지 줄였다. 현재 울산의 팀 분위기와 이길용의 상승세를 감안한다면 한 경기 만에도 따라잡을 수 있다.

이선수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1999년 광운대를 졸업하고 울산에 1순위로 입단했지만 무릎·발목 부상에 시달리며 1,2군을 오갔다.

그러다 지난 시즌 막판 1군에 자리를 잡고, 14경기에서 다섯골을 기록했다. 세 경기에 한골씩은 넣은 셈이다.

이중 풀타임은 세 경기뿐이었고, 나머지 11경기는 교체멤버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득점력이다.

지난 시즌 외국인 골잡이들의 틈새에서 득점랭킹 2위와 6위를 차지했던 우성용(부산)·박정환(안양)이 각각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득점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사이 이길용은 서정원(수원 삼성)과 함께 국내 골잡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팀 내 주전 경쟁이 부담스럽다. 지난 시즌 득점랭킹 2위 파울링뇨가 건재하고 이천수·신병호·정성훈 등 주전급 신인 공격수들이 들어왔다.

한두 경기에서 부진하면 벤치로 밀려날 정도다.

이길용은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올시즌 목표는 득점왕이고 경쟁 상대는 샤샤"라고 딱부러지게 말했다.

한편 27일에는 A조 선두를 일찌감치 굳히려는 성남이 포항 스틸러스를 찾아간다. 또 B조에서는 울산이 대전을 상대로 승수쌓기에 도전하며 2연패에 빠진 전남과 부산은 첫승 사냥에 나선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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