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남 월드컵때 방문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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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다음주 평양행은 무엇보다 남북한 정상이 대화를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정부 당국자가 25일 "특사는 고밀도의 대화 수단"이라며 "남북 관계 타개의 시발점(jump-start)으로 삼겠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무슨 얘기 오갈까=林특보는 우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 서울 답방 의중을 타진한다.

서울 방문의 '적절한 시기'를 이미 넘겼다는 비관론이 있지만, 대북 포용정책의 개운한 마무리에는 2차 정상회담 성사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과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시각도 전해질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이 문제는 북·미 대화에서 다루겠다며 피할 수 있다.

셋째는 남북 관계와 관련한 포괄적 현안.

정부는 ▶경의선(京義線)철도·도로 연결▶개성공단 건설▶금강산 육로 관광▶이산가족 상봉▶군사적 신뢰와 긴장 완화 등 올 대북정책 5대 핵심 과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가운데 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재개와 7차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가 핵심이다.

넷째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비료·식량 지원이다.

매년 20만t 안팎에서 이뤄지던 인도적 차원의 비료 무상 지원과 30만t의 정부 보유 쌀 차관 제공은 북측의 요청 등 절차 문제만 남은 상태다.

"식량·비료 지원은 이산상봉 전에 타결될 수 있다"는 당국자의 말로 짐작할 때 '선(先)지원,후(後)상봉 구도가 될 수 있다.

◇깜짝 놀랄 합의 있을까=핵심 관계자는 "林특보는 이미 의견이 접근된 사안 외에 높은 차원의 현안 타결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의외의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월드컵 때 북측 참관단을 이끌고 방한할 것이란 설이 나온다. 여의치 않으면 8·15 때라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서울 방문은 김정일 답방의 전조라는 점에서 주시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남측의 총리급 인사가 평양 아리랑 축전을 참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기대 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특사의 역할이 일정한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측이 지나치게 꼬인 남북 관계에 따른 부담을 피하려 특사 파견에 합의했지만, 金위원장 답방 등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북측이 1년도 남지 않은 김대중 정부와 어느 정도까지 대화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교수는 "특사는 6·15 합의의 틀 안에서 줄 것과 받을 것의 우선순위 결정에 주력할 것"이라며 "하지만 월드컵·아리랑 축전 상호 참관 등이 성사되면 남북관계는 급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는 '용순 비서'=林특보는 김용순(金容淳)노동당 통일전선담당 비서와 주로 접촉한다.

두 사람은 6·15 공동선언 이행이 석달 만에 삐걱거리자 2000년 9월 제주에서 심야 담판을 해 정상화했다.1934년생 동갑에 평안도 출생이라는 공통점 외에 양측 최고위층의 신임이 두텁고 호흡도 잘 맞는다는 평이다.

남측에서는 김보현(金保鉉)국가정보원 3차장(대북 담당)이, 북측은 임동옥(林東玉)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실무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회담 대표가 아닌 특사라는 점에서 다섯명 안팎의 단출한 규모로 짜일 전망이다. 또 방북 경로는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한 항공편이 유력하다. 남북한은 26일부터 특사 파견의 구체적 절차를 집중 협의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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