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남성의 춤'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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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15·16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는 중진 한국무용가 조흥동(61)씨의 '춤 입문 50년-조흥동의 춤의 세계' 공연이 열렸다. 기백 넘치는 한국 남성춤의 진수를 보여준 흔치 않은 무대였다.

공연은 이금희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두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태평무'를 비롯해 '진쇠춤''잔영''초립동''승무''한량무''장고춤', 그리고 무용극 '화담시정'이 선보였다. 조씨는 아이춤을 어른 버전으로 익살맞게 재창작한 '초립동'의 솔로는 물론, 제자들과의 앙상블 춤까지 폭넓게 넘나들며 만년 현역의 싱싱한 몸짓을 펼쳐보였다.

관객들의 반응은 불문가지였다. 어느 무용공연의 열기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열광적이었다. 1·2층 만석을 채우고도 모자라 서서 보는 이가 한두명이 아니었다. '형님부대'인 양 극성 남성팬들의 연호도 수월찮게 나왔다. 이런 열기의 현장에서 기자는 한국 남성무용가의 활기찬 앞날을 그려 보았다. 넘쳐나는 여성무용가들의 틈바구니에서 제 색깔을 내지 못하는 남성 무용수들에게 이런 열기가 비상(飛翔)의 기폭제였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사실 한국무용에서 남성무용가의 활동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 수도 손꼽을 정도다. 이매방·최현·김진걸 등 원로급에 이어 중진으로 조흥동·정재만·채상묵 등이 고작이다.

시대착오적인 선입견이 남성무용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킨 탓도 없지 않다. '사내가 무슨 춤이냐'는 그릇된 생각 말이다.

경기도 이천 천석꾼의 외아들이었던 조씨는 이런 편견과 싸우며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요즘 현대무용·발레에서 남성무용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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