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도 안 내고 ‘해적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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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월드컵 중계권이 없는 북한이 12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개막전을 무단으로 녹화중계했다. 조선중앙TV는 방송의 출처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원 방송국 마크를 지우고, 위아래 화면을 잘라내는 방식을 택해 가로가 긴 화면으로 방송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2일부터 남아공 월드컵 개막전을 비롯한 경기 장면을 중계료 지불 등 정상적 절차 없이 방송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TV는 12일 밤 9시10분부터 전날 열린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을 녹화로 중계방송했다. 중앙TV는 비난을 피하려는 듯 화면의 출처를 알 수 없게 본래 장면의 마크 등을 지웠다. 또 현장 해설자의 목소리를 거의 없애고 북한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의 육성을 입혔다. 중앙TV는 13일에도 전날 치러진 우루과이-프랑스전 등 두 경기를 내보냈으나 한국이 그리스에 2대0으로 승리한 경기는 제외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반도 전역 독점중계권을 가진 SBS측은 “전파 무단사용이자 중계권 침해”라며 “화면 입수 경위를 파악한 뒤 대응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은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이 월드컵 문제를 직접 챙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TV중계에 공을 들여왔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체제 결속과 김정일과 후계에 대한 충성 유도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TV중계가 절실했을 것”이라며 “정상적 중계가 어렵자 해적 방송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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