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총리는 反개혁 세력"비난에... "내 판단 적절했다" 고이즈미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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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총리가 지난달 자신이 전격 경질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전 외상의 '발목잡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의 지지도는 하락 추세다. 일각에선 조기 내각해산-총선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고이즈미·다나카 대결 '2라운드'는 지난 20일 중의원에서 벌어졌다. 이날 다나카 전 외상은 작심한 듯 "총리가 나를 경질한 것은 잘못됐다"며 "총리 자신이 (개혁)저항세력"이라고 쏘아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그건 다나카의 개인 판단이다. 내 판단은 적절했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여론의 향방이다. 일본야후와 교도(共同)통신이 20일 다나카의 '저항세력'발언에 대해 인터넷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6%가 "잘했다"고 지지했다.

반대는 14%. 올해 초까지 70%대였던 고이즈미 지지율은 다나카 경질 후 이미 40%대로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여성층이 고이즈미 지지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이즈미로서는 다나카의 발언 자체보다 파급효과가 더 문제다. 야당과 자민당 내 반대세력의 고이즈미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다나카는 앞으로도 TV 등 언론을 통해 고이즈미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고이즈미가 국회해산을 통해 정계개편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21일 "'자민당 분열·다나카 신당 결성'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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