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빛본 '환상스틱'신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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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제 맘놓고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게 됐네요."
지난 4일 한라 위니아의 우승과 함께 폐막한 2001 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한라 수문장 김성배(30)에게 돌아갔지만 챔피언전 내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선수는 단연 신현대(32·사진)였다.
신선수는 현대 오일뱅커스와의 3연전에서 팀이 뽑아낸 15골 중에서 혼자 7포인트(5골·2어시스트)를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신선수는 3차전에서 현대 골리 김성민을 넘어뜨린 뒤 퍽을 띄워 골네트를 흔드는 신기의 플롭슛을 두차례 성공시키는 등 현란한 스틱워크를 과시, 팬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만일 3차전 승부가 페널티샷으로 끝나지 않았더라면 MVP는 그의 차지였을 게 확실했다.
보성고·고려대를 거쳐 1995년 창단멤버로 한라에 입단한 신현대는 아이스하키인들로부터 "가장 스케이팅 자세가 좋은 선수"로 꼽힌다.
여자대표팀을 맡고 있는 이명욱 코치는 "스틱워크와 스케이팅은 단연 한국 최고"라고 평가한다.
신현대가 이번 대회에서 갑작스럽게 두각을 나타낸 것은 입단 이후 7년간 수비수로만 뛰어 이름을 날릴 기회가 적었던 것도 이유지만 결혼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몸관리를 확실히 한 덕분이다. 그는 한때 훈련 태만으로 한라 김세일 감독의 노여움을 사 1년여 팀을 떠나기도 했다.
신현대는 오는 16일 일본으로 지각 신혼여행을 떠난다.
지난해 12월 9일 대한항공 승무원 우정미(28)양과 결혼식을 올렸지만 신혼여행은 고사하고 예식장에서 목동 아이스링크로 직행해야 했다. 링크 사정 때문에 경기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 현대 오일뱅커스와의 첫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혼과 함께 올 시즌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우뚝 선 신현대는 "아내는 챔피언 트로피가 최고의 결혼 선물이라고 좋아했다"며 "내년에는 MVP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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