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선수들, 한국 발자취 남기려는 열망 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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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지난 5일 밤(한국시간)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루스텐버그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허정무(사진) 감독은 훈련 뒤 “우리 선수들 모두 기분이 좋다. 한국의 발자취를 남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까지 남은 기간은 딱 닷새다. 이제 준비운동은 끝났다.

붉은 토양, 난생처음 보는 나무들, 기묘하게 치솟은 산과 들판…. 아프리카가 내뿜는 낯선 공기와 분위기는 과묵한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심장에도 불을 댕겼다. 허벅지 통증으로 지난 3일 열린 스페인전에 결장한 뒤 처음 훈련에 합류한 그는 동료를 모아놓고 열변을 토했다. 좀처럼 나서지 않는 박지성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김보경은 “지성이 형이 ‘남아공에 도착했으니 잘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알고 있다.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준을 잘해도 격발하는 순간 흔들리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허 감독에게 어떻게 ‘화룡점정’할 것인가 물었다. “특별한 것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큰 승부일수록 평상심이 중요한 법이다. 스페인전에서 0-1로 패한 뒤 “앞으로도 준비한 프로그램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던 허 감독이다.

“7일 오후 4시(현지시간) 훈련은 전체를 공개한다. 8일 훈련은 오후 1시 반에 실시한다. 9일은 휴식을 취한다. 10일은 오전에 전세기를 타고 (그리스전이 열리는) 포트엘리자베스로 이동한다. 오후 훈련은 미정이다. 11일에는 경기 시간에 맞춰 최종 훈련을 한다.” 허 감독은 청산유수처럼 향후 일정을 읊었다.

대표팀은 남아공에 입성한 5일 가볍게 컨디션을 조절한 데 이어 6일에는 훈련의 강도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 그리스전에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은 7일부터다. 대표팀은 7~8일 전술훈련과 강도 높은 체력훈련으로 몸속의 탄수화물을 모두 태워낸다. 9일 고단백 영양식으로 보양하며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0일부터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11일에는 현지시간으로 낮 1시 반(한국시간 오후 8시30분)에 킥오프하는 그리스전 리듬에 맞춰 마무리 훈련을 실시한다.

그리스전에 나설 베스트11에 대해 허 감독은 “돼 있는 것도 같고, 안 된 것도 같다”고 말했다. 이운재와 정성룡이 경합하고 있는 골키퍼 자리와 최전방 공격진 운용에 대해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스텐버그=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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