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병 비관한 자살은 보험금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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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는 7일 "자살한 사람에게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H보험사가 암 치료 중 자살한 곽모(47.여)씨 가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험사는 6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암 재발에 따른 극심한 통증.우울증 때문에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여 질병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 "따라서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1년 7월 자궁암 수술을 받은 곽씨는 이듬해 암이 재발한 뒤 극심한 통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2002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험사는 가입자 본인과 배우자의 사망.장애에 대한 보상을 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했던 곽씨의 남편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소송을 냈다. 사망 보상금이 지급되는 보험의 경우 약관에 '자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보험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약관은 보험금을 노린 고의적인 보험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질병과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자살이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곽씨의 경우 암 재발 이후 우울증 치료까지 받다 목숨을 끊은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사실상 병 때문에 죽은 것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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