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각과 의혹은 별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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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주에 개각을 단행한다는 청와대 발표는 국민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국정의 '인적 쇄신'문제는 지난 1년간 지루할 정도로 등장한 여론의 요구였다는 점에서 金대통령의 개각 구상은 국민적 기대를 끌만한데 그렇지 못하다.

개각을 '느닷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시큰둥한 분위기마저 있다. 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권력비리에 국민이 지쳐 있는 탓이다. 개각이 보물 발굴의 거대한 비리 의혹에 쏠린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어린 시선마저 보내고 있다.

때문에 개각이 갖는 국정 일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보물 발굴 의혹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한 벤처기업인의 의혹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번지고 이젠 청와대 비리의혹으로 확산하면서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지경이다.

과거 'DJ비자금'을 만진 대통령의 처조카가 주도하고, 청와대.국정원.해군.해경이 개입한 비리의 실체를 성역 없이 들춰내겠다는 단호함이 金대통령에게 있는지를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당연히 친인척 관리의 실패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특검 수사에 앞서 청와대 자체 조사도 필요하다.

金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이 될 개각에는 인사 혼선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 국정을 마비시켜온 '끼리끼리 해먹기'의 게이트 부패는 지연(地緣).학연을 중시하는 인사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장악력을 갖춘 인물을 우선 발탁해야 한다. 정치 쪽에 엉거주춤하게 기대고 있는 이한동 총리의 경질은 불가피하다.

개각 이후 또 비리 연루가 밝혀지는 기막힌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의혹 선상에 있는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 국정 조율 기능을 상실한 청와대의 전면적인 개편도 절실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각과 의혹은 엄정히 구별해야 할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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