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이변' 트위터엔 어떤 일이 벌어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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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투표율과 민주당의 선전,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이변에 트위터(twitter)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140자의 단문 블로그가 지방 선거의 판세를 바꿨다는 것이다. 뉴미디어를 통한 젊은 세대의 결집이란 점에서 2002년 대선 당시 일었던 ‘노무현 돌풍’을 연상시킨다는 시선도 있다. 트위터는 이미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버락 오바마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선거운동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이번 투표율(54.5%)엔 트위터의 힘이 만만치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ㆍ30대 젊은 층의 투표 열기가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밑바닥엔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투표 독려 운동이 있다는 것. 실제로 트위터 유저들은 투표 마감시각 전까지 “투표 포기는 주권을 포기하는 것” “선투표 후욕설” “88만원세대 88%기록하자”는 등의 내용을 올렸고 리트윗(글 퍼나르기)을 통해 퍼트렸다. 이들에게 투표는 권리이자, 트위터 공간에서의 놀이였다. 2일 이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투표 독려 이벤트 ‘후끈’=먼저 문화ㆍ예술인들의 ‘릴레이 이벤트’가 이어지며 유저들의 투표 열기에 시동을 걸었다. 화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임옥상씨는 트위터를 통해 “6.2 선거에 투표하신 20대 여러분 중 선착순 1000분께 제 판화를 드리겠습니다”는 글을 올리며 “투표소 앞에서 찍은 본인의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저에게 보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된다”고 밝혔다. 이후 문화ㆍ예술계를 중심으로 동참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됐다. 탤런트 권해효가 7월 예정된 공연 ‘러브레터’에 10쌍의 커플을 초대하겠다고 했고 ‘바둑 황제’ 이세돌이 선착순 100명의 신청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주겠다고 했다.

음반제작사 ‘드림팩토리’가 50명에게 가수 이승환의 10집 앨범, 작가 박범신은 친필 사인이 담긴 신작 장편소설 ‘은교’ 10권, 배우 안석환은 연극 ‘웃음의 대학’ 입장권 100장, 시인 안도현이 신작 시집 ‘연어 이야기’ 30권을 내놓겠다고 했다. 대상은 ‘투표한 사람’에 한해서다. 이들 뿐 아니다. 일반 시민들의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선착순 10명에게 개인 명함을 무료로 만들어주겠다”는 디자이너, “무료 종합검진을 해주겠다”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주겠다”는 병원 원장들, “직접 만든 빵을 보내드리겠다”는 제과점 주인 등이 등장했다.

◇트위터 스타, 투표 현장 인증샷=‘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고 알리는 유명인의 글도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작가 이외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투표 완료!’라는 제목으로 아내와 함께 투표소 앞에서 활짝 웃는 ‘인증샷’을 올렸다. 그는 “포기해 버린 당신의 주권은 포기해 버린 순간부터 쓰레기보다 못한 가치로 전락해 버립니다”라고 적었다. 그의 팔로어(followerㆍ상대방의 글을 보기 위해 등록한 사람)는 16만여명에 달한다. 이중 많은 유저들이 댓글을 달며 사진과 글을 리트윗했다. 4만여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두산 박용만 회장도 오전 10시쯤 “인증 ㅋㅋㅋ”라는 글을 올리고 자신이 투표한 곳 사진을 올렸다.

연예인의 ‘투표 인증샷’ 인기도 눈길을 끌었다. 유저들은 이들을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의 ‘개념 연예인’이라고 불렀다. 배우 박진희, 가수 황보, 개그맨 정종철은 투표가 시작되는 새벽 6시에 기표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각각 “오늘 아침 6시 모습! 일등으로 달려갔다는! 후우~ 숨차”, “문 열자마자 왔는데도 역시 어르신들보다 늦군” “일어나셨습니까? 전 일찌감치 투표하고 미국공연 갑니다”라고 했다. 가수 2AM 조권, 슈퍼주니어 김희철, MC 몽 등 많은 연예인들이 투표 소식을 알리며 팔로어의 참여를 독려했다.

◇‘트위터 선거법 위반’ 논란=이날 오후, 유저들 사이에선 경기지사 유시민 후보와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 서울시 교육감 이원희 후보 등의 트위터 글이 논란이 됐다. 유 후보는 “투표하셨나요? 마지막까지 앵벌이네요 저는. 주변에 아직 투표안한 친구들 없는지 살펴주세요” “오후 3시 출구조사 기준 2%안으로 따라잡고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따라잡을 시간이 있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한 후보는 투표를 마친 뒤 트위터에 “저 투표하고 왔어요. 여러분도 손에 손잡고 투표하세요”, 이 후보는 “아직까지 투표 안하신 분들 저에게 힘을 모아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들이 리트윗되면서 일부 유저들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글들을 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트위터로 선거일에 할 수 없는 행위’를 ‘누구든지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반대하는 등 선거 운동 내용 게시 행위’ ‘정당 또는 후보자 등이 투표 독려 내용 게시 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유시민 후보는 “여러분 앞서 제가 삭제한 트윗(오후 3시~로 시작하는) 리트윗 자제해주시고 삭제부탁드립니다”는 글을 올렸고 이원희 후보는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3일 오전 10시 현재 유저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선 갑론을박했지만 “트위터 독려 문자가 투표율을 높였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트위터의 힘’이 선거 변수에 얼만큼 작용했는지 확답할 순 없지만 유저들의 연결 고리가 투표율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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