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택대출 단기가 너무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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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세계의 부동산 석학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주택협회 주최로 7~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부동산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부동산 시장의 전망과 문제점을 중점 논의한다.

세계은행 주택금융고문을 지낸 버트랑 르노 박사는 미리 배포한 주제 발표문을 통해 "한국은 주택공급 관련 규제가 많은데, 이를 줄여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 대출은 1997년 이전보다 세 배 늘었지만 대출 만기는 갈수록 짧아져 지난해 신규 대출의 87%가 만기 5년 이하"라며 "주택 금융이 주택담보 가계대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집값 안정을 위한 방책도 내놨다. 그는 "세계 각국은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대출 중 (모기지론 같은) 고정금리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도 단기 대출을 줄이고, 고정금리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고정금리 주택대출이 많은 나라일수록 집값 변동이 작았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영국의 경우 집값 변동성이 미국의 6배나 된다.

세미나에서는 세계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도 발표된다. 세계적 부동산회사인 IMG의 투자분석가 사비르 종겐은 "유럽은 내년에 금리가 소폭 올라 부동산 직접 투자는 다소 위축되고 리츠 등 간접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럽의 경기 회복으로 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주택시장은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가구당 부채비율이 높아져 주택 재고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싱가포르 부동산회사인 캐피털랜드 보아즈 분 부사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주택개발처 등 정부 기관의 강력한 상호 조정과 택지공급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자가주택 보유율이 93%로 서울(41%)의 두 배가 넘는다.

주택협회 이방주 회장은 "세계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짚어보고, 국내 주택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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