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현암사 형난옥 새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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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서출판 현암사의 형난옥(刑蘭玉.43)주간이 최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출판사에서 경영진의 가족이 아닌 편집자 출신, 그것도 여성이 대표이사로 발탁된 예는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이 유일하다.

"1945년에 문을 연 현암사는 대표적인 1세대 출판사입니다. 그런데 창업주의 아들인 조근태(60)현 사장이 올해 회사 형태를 주식회사로 바꾸면서 저에게 공동대표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금은 내가 책임질테니 맘껏 해보라'고 하더군요."

趙사장은 그에게 아예 사장직을 권했지만 그는 경영수련을 받겠다며 대표이사 전무를 맡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영의 제1선에 선 셈이어서 어깨가 무겁다.

87년 김영사에 들어간 그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등을 출간했다. 3년 후 현암사로 옮긴 뒤 그는 본격적으로 출판기획의 방향을 잡았다.

그가 출판계에 입문한 건 1980년.'서울의 봄' 당시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가 3개월 만에 풀려났다.

합수부에서 함께 수사를 받은 시인 채광석씨의 소개로 한벗출판사에서 일하게 됐다.

84년 학원자유화 조치로 복학해 86년 졸업장을 받은 그는 앞길을 고민하던 끝에 출판계로 돌아왔다.

"사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리고 출판사의 최고경영자는 기획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우리 문화와 자연을 제대로 담은 책들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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