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칼럼] 2002년 역사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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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해는 언제나 새롭고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된 2002년은 분명히 우리에게 특별한 해이다. 이 나라를 앞으로 5년간 이끌어 나가게 될 새 대통령의 선출과 세계인의 큰 축제인 '월드컵 2002'를 개최하게 되는 해이니 말이다.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 국가 장래의 명운이 갈라질 수 있는 중요한 해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의 해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세기 초반 우리 조상들에게는 불행히도 이러한 선택의 기회조차 없었다. 그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어느 열강의 속국이 되느냐는 것이 고작이 아니었던가.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21세기에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 사는 선진 통일한국과 지구촌의 선두 지식기반사회 건설의 터전을 이 새해에 마련한다는 각오로 각자 해야 할 일을 해내도록 하자.

*** 일류국 진입 선택의 기회

무엇보다 먼저 '월드컵 2002'를 지혜롭게 치르는데 적극 참여하자. 온 세계인의 관심 속에서 치르게 될 이 지구촌의 큰 잔치를 좀 더 긴 안목에서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되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21세기의 세계화 시대를 흔히 네트워크 사회(network society)라고도 말한다. 남과 손을 잡고 남과 더불어 사는 네트워크 사회의 기초는 신뢰이다.

이 신뢰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초덕목을 실천할 때 저절로 쌓여간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친절.정직.청결.질서.준법의 솔선수범에서 사회적 신뢰가 싹트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기초덕목마저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앞선 일본과 공동 개최하게 된 '월드컵 2002'를 우리 사회의 근원적 문제해결의 계기로 활용하자.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한국과 일본사회를 비교 평가할 것임을 명심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일본인보다 더 높은 사회적 성숙도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를 일상생활화 하자. 물론 우리 사회 지도층부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실천해야 할 덕목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월드컵 개최를 통해 세계인의 마음 속에 부각된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인상이 장기적으로 큰 경제적 이득도 가져온다는 점을 잊지 말자.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국제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한국인과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와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호의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은 그것이 고급일수록 그 속에 용해돼 있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한국의 멋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 월드컵과 새대통령 선출

월드컵 개최 이후 치르게 될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을 여기서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기반을 구축하고 무너진 사회기강을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21세기 세계화시대의 일류국가건설의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향해 온 국민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의 선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그 국민에 그 지도자'란 말이 있지만 국민 모두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를 찾아 나설 때, 그러한 지도자가 창출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일찍이 "사람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지, 역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리더십이 없는 시기에 사회의 발전이 있을 수 없고, 사회적 발전은 용기있는 리더가 주어진 기회를 포착할 때 이뤄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지도자'를 이번 선거를 통해 창출해 냄으로써 역사 속의 2002 임오년을 크게 장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나서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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