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마리이야기' OST 잔잔한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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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는 이를테면 물의 영화다. 영화는 도심을 나는 갈매기를 롱샷으로 뒤쫓으며 시작해 바다 같은 구름 속에서 끝난다.

그러니까 이감독에게는 이 삭막한 도시도 바다인 셈이다. 영화 내내 비나 눈이 내리고, 추억 속의 환상은 주로 물 속에서의 일로 그려진다. 이 수채화마냥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에 입힌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음악 역시 물처럼 청명하게 스크린 위를 흘러다닌다.

1980년대 이후 무수히 많은 한국 대중음악 앨범에 반주자로 이름을 올린 이병우는 87년 창작 뮤지컬 '아빠 얼굴 예쁘네요', MBC TV '인간시대'등에서 영상미와 음악의 조화를 조심스레 시험했으며, 96년 영화 '세 친구', 지난해 제작된 영화 '스물넷'의 음악을 맡기도 했는데 그의 영화음악가로서의 이력에는 아무래도 '마리 이야기'가 두고두고 첫머리에 오를 듯하다.

특히 퍼커션(박윤)과 컴퓨터 프로그래밍(강경한)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이병우 특유의 서정미 가득한 기타 연주와 조화되면서 환상적인 화면을 든든히 뒷받침해준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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