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코 연구원들 "바퀴벌레 천적은 바로 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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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바퀴벌레의 천적은?'

정답은 '없다'다. 그러나 요즘 네티즌이라면 '세스코'라고 답할 것이다. 세스코는 백화점.호텔.상가.주택 등의 해충을 없애주는 회사.

최근 홈페이지(http://www.cesco.co.kr)의 'Q&A'에 올라온 온갖 질문에 친절하면서도 재치있게 답해 팬 클럽이 생길 정도로 네티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바퀴의 제왕이 부활해 보복하겠다더라'는 짓궂은 글에는 '제왕에게 전화했더니 부활할 생각이 없다더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이런 답변을 올리는 사람들이 바로 세스코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다. 곤충 행동을 전공한 16명의 석.박사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바퀴벌레 소굴에서 산다. 연구소 김현국(34) 과장은"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연구용으로 기르는 바퀴벌레가 수백만마리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육 담당인 공정환(27)씨는 "처음에는 바퀴벌레 냄새 때문에 사육장에 방독면을 쓰고 들어갔다"며 "석달쯤 지나 방독면을 벗었고, 이제는 바퀴벌레가 귀여워 보인다"고 말했다. 가끔 바퀴벌레 달리기 시합으로 점심 내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바퀴벌레의 먹이 약재를 개발한다. 바퀴벌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살충제를 섞는 것이다.

그래야 숨어 있는 바퀴벌레까지 일망타진한다는 설명이다. 바퀴벌레는 서로의 배설물을 먹는 습성이 있어 약을 먹은 놈의 배설물이 다른 바퀴벌레까지 죽이기 때문이다.

바퀴벌레 먹이약 개발의 첫 단계는 바퀴벌레가 무얼 잘 먹는지 알아내는 것. 김현국 과장은 "쇠고기.수박.수프.분유 등 온갓 것을 지지고 볶고 삶고 끓여서 줘 봤다"고 말한다.

그 결과 잘먹는 3백여가지 '요리'를 개발했다. 전지환(32) 주임은 "정육점에 사는 바퀴는 고기 성분을 좋아하고, 김밥집 바퀴는 김밥 성분 혼합 먹이를 즐긴다"며 "환경에 따라 바퀴가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내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세스코의 약은 소금보다 인체에 해가 적다"고 내세운다.

연구소 김상윤(35) 과장은 "고객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실제 바퀴벌레 약을 먹은 적도 셀 수 없다"고 말했다. 세스코는 올해 중국에 진출할 계획. 세스코 연구원들이 과연 중국 바퀴벌레에게도 천적이 될지 관심거리다.

권혁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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