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박물관 1호 보물 (39) 중남미문화원 ‘예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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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야·아즈텍 등 눈부신 문명이 꽃피었던 멕시코는 중남미 최대의 가톨릭 국가입니다. 멕시코 인디오(원주민)들은 깃털 달린 뱀의 신 ‘케찰코아틀(Quetzalcoatl)’, 태양신, 모든 신들의 어머니인 ‘또난친(Tonantzin)’ 등을 받들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앞세우고 창검으로 무장한 16세기 유럽의 정복자들은 그들의 종교도, 문명도 짓밟았습니다. 강제로 가톨릭을 받아들인 인디오들은 유치하고도 원시적인 형태의 성화(聖畵)를 그리곤 했습니다. 토착신앙을 표현하는 예술은 찬란했으나, 이방인의 종교를 표현하기엔 어린아이처럼 서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중남미문화원이 소장한 이 예수상(사진)은 18세기 멕시코인의 작품입니다.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 거친 예수상에는 식민지인의 서글픔이 배어 있는 듯합니다. 정복자들이 그토록 몰아내려 했던 토착신앙은 가톨릭 속에 녹아 들었습니다. 세계 3대 가톨릭 성지인 멕시코 과달루페 사원의 성모상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를 한 인디오 여인의 모습입니다. 정복자들이 명명한 이름은 ‘과달루페’ 성모이지만, 멕시코인은 토착신앙의 여신인 ‘또난친’이라 부르며 국모이자 수호성모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중남미문화원(www.latina.or.kr)=중남미에서 3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이복형 전 대사 부부가 그 지역의 풍물을 모아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에 세웠다. 박물관·미술관·조각공원 등을 통해 중남미의 옛 문명과 현대 미술까지 폭넓게 보여준다. 이복형 관장 인터뷰는 30일자 중앙SUNDAY에 실린다. 031-962-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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