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값 거품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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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아파트 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비수기로 분류되는 겨울철에 들어서 서울 강남지역에서 불붙기 시작한 아파트 시세는 '거품' 논란 속에서도 강북과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 일원의 동향은 일과성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값이 뛰면서 시장에 나와있던 매물이 자취를 감춘 채 호가만 높아가고 있다.

내년에도 집값이 오른다는 전문가들의 전망과 재건축으로 인한 수요가 바탕에 깔려 있는 데다 올해 수능시험이 어렵게 나오자 우수 학원들이 밀집한 강남 일원에 수요가 몰려 이달들어서만 시세가 10~20% 올랐다는 분석이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값이 먼저 오르면 해당 지역의 기존 아파트 값이 따라오르는 가격상승의 패턴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마감한 서울지역 11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 조사 결과 전체 27곳 가운데 26곳이 계약률 90% 이상을 기록한 것이 좋은 예다. 강남권을 비롯한 11곳은 1백% 계약을 끝냈으며, 강서.강북지역에서도 대부분의 계약률이 90% 이상이었다.

가수요가 많은 청약률과 달리 실제로 계약금을 걸어야 하는 계약률은 아파트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다. 상반기만 해도 50%를 밑돌던 초기 계약률이 이처럼 급상승한 것은 최근의 아파트 값 오름세가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세에 거품의 징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강남지역의 경우 신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수준의 두배 가까이로 올랐으며, 서울 전역의 아파트 평당 평균 매매가격이 이달 들어 4년 전 시세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아파트로 몰린 자금들이 저금리 때문이었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환란(換亂)이후 집값이 폭락했던 쓰라린 기억을 되살려 아파트 수요자나 공급자들이 모두 거품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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