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 장애인 사상 첫 공무원 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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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특채된다.1급 시각장애인이 공무원이 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신창현(申昌鉉.43.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씨. 申씨는 서울시 인사위원회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3월부터 계약직 '다'급(일반직 7급)으로 임용돼 장애인 정책 연구 업무를 맡는다. 申씨는 "장애의 경험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선천성 녹내장으로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 맹학교와 단국대 특수교육학과를 거쳐 미 컬럼비아대에서 특수 교육학 박사를 받은 뒤 지금은 단국대.강남대.한신대 등에 출강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申씨는 앞으로 자신이 일할 서울시의 장애인 행정에 대해 70점을 줬다. 장애인 유도 블록이나 승강기 등은 미국 뉴욕보다 잘 돼 있지만 운영 및 관리는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복잡한 동선이나 높은 보도 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리 유도블록을 설치해도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공무원이 되면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한 건물을 짓거나 교통시스템을 바꾸는 교통.건축 분야 입법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申씨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아내의 힘이 컸다. 아내 윤경숙(尹京淑.41)씨와 만난 것은 申씨가 고 3이던 1978년. 尹씨는 당시 시각장애 수험생들에게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어주던 자원봉사자였다. 尹씨는 申씨의 성실함에 매료됐고 6년간의 연애 끝에 84년 결혼했다.

묵묵히 장애인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던 그가 공무원 채용에 응모한 사연도 기막히다. 서울시가 공채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나 지난 10월 우연히 지하철에서 문영모(文永模)서울시 장애인 복지과장의 옆자리에 앉았다.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는 文과장이 자연스레 이야기를 걸어왔고 申씨의 경력과 논리정연한 언변을 높이 산 文과장이 "공무원으로 일해 보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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