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대금선불로 회사살린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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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가전제품 판매전문업체인 하이마트의 선종구(宣鍾九.54.사진)사장은 저금리 시대 기업 재테크 방법으로 '선불론'을 실천해 올 한해 톡톡히 성과를 냈다.

판매업체가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받을 때 물품대금으로 3~6개월짜리 어음을 주던 관행과달리 물건을 주문할 때 대금을 미리 준다는 것이다. 선금을 받은 제조업체는 그만큼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판매업체에 물건값을 깎아준다는 것이다.

宣사장은 올초부터 이같이 선금 주기를 통해 삼성전자.LG전자 등에서 1.5% 싼 값에 가전제품을 납품받고 있다. 컴퓨터 등 일부 품목은 최고 5% 싸게 받기도 한다.

宣사장은 "물건 판 돈이 전부 내 것은 아닌데도 유통업체들이 이를 가지고 부동산투자 등 딴짓을 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번 돈으로 즉시 물품대금이나 차입금 등을 갚고 나머지 이윤만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1987년 대우 관련회사로 알려진 이수화학.㈜신한.㈜고려.신성통상.세계물산 등 5개 업체가 출자해 만든 한국신용유통으로 출범했으나 99년 대우그룹이 몰락하면서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하이마트는 宣사장을 앞세워 종업원 지주회사를 추진했다.

가전제품 유통망 확보를 위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려 한 대우전자측과 갈등도 빚었다. 현재 대우전자와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宣사장은 "대우전자와 경쟁 때는 담판 끝에 법정관리인으로부터'워크아웃 상태인 대우전자로 넘어간다면 살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종업원주주회사로 한번 살려보라'는 대답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매출액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 적자를 탈출한 뒤 올해도 전년대비 40% 이상 늘어난 1조5천억원(순익 1백6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宣사장은 "최근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된 탤런트 H씨를 광고모델로 쓰려고 했으나 실무자들이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과감히 포기했는데, 그게 회사의 손해를 막아줬다"며 "판매업체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거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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