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사고 운전이 불리한 보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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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사고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교통법규 지켜가며 안전운전을 해온 운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부터 자동차보험료 완전자유화를 단행하면서 사고유무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률 평가방법도 바꾸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 방안의 골자는 무사고 운전자에게 매년 5~10%씩 최고 60%를 깎아줘 최소 보험료(기본보험료의 40%)가 적용되는 시한을 현재의 8년에서 12년으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최소보험료 적용 시한이 길어진 만큼 무사고 운전자들의 실질적인 보험료 부담은 늘어나는 방안이다. 시행시기는 못박지 않았지만, 내년 중에는 제도변경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당국은 보험사들이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의 가입을 기피하는 현상을 제도변경 사유로 제시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사고를 내서 보험료가 할증되는 가입자(전체의 10%)보다 할인을 받는 무사고 운전자(60%)가 훨씬 많아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영업소에 6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들의 가입을 기피하라는 지침까지 내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가 겉으로는 무사고 캠페인을 벌이면서 속으로는 무사고 운전자를 홀대하고 마치 사고를 조장하는 듯한 보험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 된다면 금감원은 보험사 편에 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무사고 운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 수지가 문제라면 무사고 운전자에게 불이익을 주기보다 사고자나 법규 위반자에게 보험료 할증을 강화하는 쪽에서 접근해야 사고도 줄이고 궁극적으로 보험사 수지도 좋아질 것이다.

최근 안전띠 착용과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면서 사고율이 감소한 덕분에 정상영업 중인 8개 손해보험사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지난해 1백99억원 적자에서 올해 6백4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는 집계가 좋은 예다.

정부 당국은 보험사측에 서서 무사고 운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변경에 앞장서지 말고 보험사들의 가입 기피를 막을 대책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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