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또 조수미·장영주·장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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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음악회에서 만나면 이렇게들 물어온다.

"오늘 연주 어떻게 들었어요?"

"음악담당 기자니까 거의 매일 공연장에서 살다시피 하겠네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있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내일 신문 읽어보시죠. 매주 한두번 정도는 공연장을 찾지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질문을 받을까봐 겁부터 난다. 올해 기자는 공연리뷰를 불과 몇편 쓰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하면 '직무유기'에 가까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공연 관람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띄는 공연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클래식 공연 유료관객 동원 10위권은 국내 팬들에게 너무 익숙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연례행사처럼 고국 무대를 찾는 소프라노 조수미.신영옥과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등이다. 이 중 올해 한국 데뷔는 소프라노 제시 노먼 뿐이었다.

그 또한 클래식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만한 정상급 소프라노다. 이들의 예술적 성취야 인정하지만, 국내팬들은 이제 구태여 리뷰를 쓰지 않더라도 이들에 대해 알만큼 안다.

외국연주자의 국내 데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 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올리 무스토넨.에마누엘 액스.예핌 브론프만,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짐머만, 바리톤 브라인 터펠 등이 내한해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절대 건수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액스.브론프만.터펠 등은 민간공연장인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으로 성사됐다.

공익성을 살려야할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등은 비싼 개런티를 주더라도 유명 연주자만을 고집한다. 흥행성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니 새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민간기획사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외국 연주자들의 국내 데뷔무대를 마련하라고 주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년엔 더 많은 새 얼굴을 만나, '공연리뷰'를 자주 쓰고 싶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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